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9ㆍ19 공동성명에서 규정한 북미 관계정상화도 상당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의지를 판단하는 시험대로 여겨왔다. 미국 역시 핵 검증 체계 합의는 북한의 핵 폐기 의사를 가늠하는 데 핵심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조치는 따라서 양국이 비핵화 과정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상대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조치로 양측의 신뢰가 쌓이면 앞으로 논의될 핵 폐기 및 관계정상화 단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의 핵 검증 요구를 수용한 것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의 임기말 요인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어느 후보가 승리할지, 또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시 정부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최대한 진전시킬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차기 정부의 실체를 확인하는 모험을 하는 대신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안정적인 과실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국 대선은 북미 관계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인이다. 오바마 후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적대국 지도자와의 대화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북 핵 문제가 6자회담 틀 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부시 정부가 초기의 봉쇄정책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대화로 전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오바마 후보의 생각이다.
따라서 오바마 후보가 집권할 경우 6자 회담은 북 핵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협상틀로 기능이 확대될 수 있다. 오바마 캠프의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오바마의 대 한반도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프랭크 자누치 한반도 정책팀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오바마 후보는 대통령으로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 한국 등 아시아이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며 오바마의 북한 방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