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이 언니의 미니 홈피에 가보면 메인 화면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내 인생? 바둑, 맛있는 음식, 뜨거운 태양, 사랑하는 친구, 가족 그리고 나의 하나님" 이 문장에서 의문점은 바로 '맛있는 음식'이다. 저런 진지한 문장에서 그것도 천직인 바둑 다음으로 두 번째에 오른 '맛있는 음식.' 그만큼 그녀는 맛있는 음식에 환장(?)한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 몇 년 전 난 그녀와 일본 여행을 갔다. 한데 그 많고 많은 회전 초밥 집들을 모두 뒤로 하고 여행을 오기 전 한국에서 알아둔 맛있다는 회전 초밥 집을 꼭 찾아가야 한다며 한 시간을 길에서 방황했다.
또 한 번은 함께 중국에 시합하러 갔을 때. 저 먼 남쪽 시골로 가는 바람에 음식이 맞지 않아 힘들었다. 고생고생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으로 갔는데 마침 거기서 라면을 끓여 팔고 있었다.
한데 가격이 장난 아니다. 무려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이나 했다. 하지만 우리는 딱 1초 고민하고 만원 짜리 라면을 사먹었다. 하지만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몸매가 작고 날씬하니 요즘은 그녀가 대세다.
젊은 기사들의 모임 소소회는 매년 회장이 바뀐다. 한데 그 동안 여자가 회장을 맡았던 적은 딱 한 번 뿐이다. 그 때가 소소회의 전성기였다고나 할까. 물론 모든 회장들이 다 잘했지만 그녀가 회장이었던 당시 소소회는 정말 사람들이 재미있다며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요즘도 여전히 소소회는 1년에 두 번 일주일 간 연수를 가서 서로 간의 우애도 다지고 바둑 연구도 하는데 요즘 연수 때 행해지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예전 지현이 언니가 회장일 때 했던 것들이다.
당시 연수 가서 즐기던 각종 게임이나 운동, 오락 모두 너무 재미있었고 요즘은 없어졌지만 팀을 나눠서 연극을 하던 그 때가 가끔씩 생각난다. 좋은 추억거리들을 만들어 준 이 회장님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지현이 언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매사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요즘은 방송 일도 꾸준히 하고 있고 예전에는 글재주가 좋아서 칼럼도 많이 썼다. 일본어에 능해서 일본 기사들과의 자리에서는 으레 통역 담당이다. 하지만 다재다능한 그녀에게도 힘든 날이 있었다.
몇 년전 여류 명인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마지막 한집을 손해 봐 통한의 반집패를 당하면서부터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다. 게다가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며 집안 형편에 위기가 왔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든 처지에서도 항상 범사에 감사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고 웃을 줄 아는 소탈한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지금은 아버지도 많이 건강을 찾으셨고 친언니도 좋은 형부 만나 예쁜 조카도 생기고 여동생도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며 밝게 웃는 그녀. 자신이 좋을 때는 물론 힘들 때도 밝은 모습 잃지 않고 주위에 웃음을 주는 그 모습이 진정 살아있는 엔도르핀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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