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두 회사 간 합병이 성사된다면 금융 불안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인수ㆍ합병(M&A)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미국 언론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이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보유한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M&A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협상에 관여한 소식통을 인용, "한 달 전부터 양 사가 합병에 관한 예비협상을 벌여왔다"며 "최종 결정까지는 수 주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회사의 협상이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소비 침체와 세계적인 경기둔화, 그리고 이에 따른 자동차시장 위축 등을 고려할 때 조만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정부로부터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만큼, 생존 차원에서도 두 회사의 합병이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빅3' 중 하나인 포드의 경우 GM과의 합병 협상을 포기한 이후 일단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자사가 보유한 마쓰다 지분 33.4% 중 약 20%의 매각을 검토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벼랑 끝에 놓인 것은 그간 미국 경제를 이끌었던 '풍요로운 소비'가 내리막길로 돌아서면서 주력 모델인 대형차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GM의 올 1~9월 판매량은 241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8% 줄었고, 합병 상대인 크라이슬러(118만대)도 25%나 급감했다.
때문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9일(현지 시간) GM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현재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의 신용등급 모두 '투기' 등급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이들의 합병 모색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임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탓이다. 하지만 합병이 두 회사의 위기 탈출책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9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시장이 역주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두 회사가 정부의 구제금융 자금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데다 통상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합병이 긍정적이지만, 판매 차종 등 중복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 한때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였던 GM의 합병 움직임이 세계 자동차 업계 판도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진행된 도요타의 후지중공업 지분인수 확대, 르노와 닛산 전략 제휴, 포르셰의 폴크스바겐 인수와 함께 대형 자동차 메이커의 합종연횡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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