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메이저리그 전통의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가 12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신흥강호 탬파베이 레이스에게 8-9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빨간색 'REDSOX'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퇴장하더군요.
바로 전날 한국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된 조진호(33ㆍ삼성)는 12일 하루 휴식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경산 숙소, 자신의 방에서 보스턴의 경기를 TV로 지켜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을 것입니다.
정확히 10년 전인 1998년. 조진호는 계약금 80만달러(당시 환율 약 12억원)를 받고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인 1999년 6월20일 그는 텍사스전에서 박찬호(LA 다저스)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인 선발승의 주인공이 됩니다.
하지만 조진호 전성기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조진호는 2003년 SK와 계약하며 국내로 복귀했습니다. 그 때부터 조진호의 힘겨운 사투는 시작됩니다. 2004년 4승5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조진호는 병역 비리에 연루돼 SK에서 방출됐고, 2년6개월 동안 공익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서른을 눈 앞에 둔 조진호에게 2년 반의 공백, 그리고 이어진 팔꿈치 인대 수술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전도유망했던 메이저리거 조진호는 그렇게 힘겨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올 가을에도 기어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습니다.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원에 합류한 삼성. 그래도 조진호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조진호는 덥수룩한 턱수염에 뺨에는 큰 흉터까지 있습니다. 선뜻 다가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도 좋아하지 않는 이 선수. 가슴에 맺힌 한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조진호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기대해 봅니다. 멋진 피칭을 보여준 뒤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는 그의 모습을.
허재원 기자 hooah@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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