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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김용택 시인을 위해 지인들이 묶은 글 '어른아이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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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김용택 시인을 위해 지인들이 묶은 글 '어른아이 김용택'

입력
2008.10.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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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등 지음/문학동네 발행ㆍ101쪽ㆍ1만2,800원

국어사전이 내리는 '형' 의 정의는 크게 두 가지다.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사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 그리고 '남남끼리 나이가 적은 남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이르는 말'.

<어른아이 김용택> 은 섬진강변 전북 임실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38년 간의 교사 생활을 끝내고 지난 8월 퇴임한 김용택(60) 시인을 위해 지인들이 묶은 글발이다. 여기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단어는 '형'이다. 그런데 그 형은 무게있고 진중하며 과묵하다, 라는 이 단어의 기존 이미지를 배반하고, 시인 안도현의 말을 빌리자면 "말이 많고, 웃음이 헤프고, 잘 삐치고, 자주 화내고, 입이 가볍고, 키는 작고, 배는 나왔고, 이마는 벗어졌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밥은 많이 먹고, 술은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형은 다시 소설가 성석제의 말을 빌리자면 "술 한 잔에 선생님, 다섯 잔에 형님, 열 잔에 형"으로 부르게 될 때의 그 형이다. 말하자면 시인 김용택은 국어사전에서 '형'의 두번째 정의가 얼마나 정감있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간형인 셈이다.

<어른아이 김용택> 에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 영화배우, 가수, 판화가, 화가, 시민운동가, 전직 고위관료, 기자 등 각계각층의 인물 49명이 제 나름대로 기억하는 김용택에 대한 글들이 묶여있다. 어떤 이들은 그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악의없이 흉보기도 하고,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하며, 때로 객쩍은 소리도 해가면서, 그가 가르친 아이들처럼 늙지 않는 시인 김용택의 상을 그려낸다.

책의 표제처럼 사람들은 김용택을 "시인의 마음은 어린이의 마음과 같다"는 명제를 삶 자체로 보여주는 이로 기억한다. 그의 시에서 풍겨나오는 순정함은 그런 삶 본연의 천진성과 오롯이 포개진다. 시인 박두규는 그를 "자신의 마음에 무엇인가가 오는 순간 그것을 숨기지 못하고 즉자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어린이나 촌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를 가만히 마음속으로 그려볼 때마다 킥 웃음부터 나온다. 아무래도 그는 하동(夏童) 같다"는 정호승 시인은 "내게 있어 시인 김용택은 그냥 '아이 김용택'일 뿐"이라고 쓴다. "사람들과의 놀라운 친화력, 늘 젊은 이미지가 그의 천진함에서 나온다"는 신현림 시인은 "알밤처럼 야무지게, 노란 국화잎이 불어가듯 환하고 천진한 웃음이 주변을 메아리치던 모습"을 좀처럼 잊을 수 없다고 적는다.

시인과 지인들 사이의 인연을 들춰보는 일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군대시절 철모 안쪽 내피망 속에 애인이나 영화배우 사진 대신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시편을 옮겨 적은 종이를 넣어두었다가 고참 몰래 꺼내보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는 시인 정동철, 업무보고-원장 훈시-토의사항으로 이어지는 딱딱한 관료사회의 회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김용택의 시집 <그 여자네 집> 을 회의실 출입문 앞에 쌓아두었다는 변호사 한승헌 등의 사연이 그렇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독자들은 이내 김용택이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 사는 동네'의 따뜻한 풍경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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