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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그리 사상의 진화' 촛불 시대… 네트워크 조직화론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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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그리 사상의 진화' 촛불 시대… 네트워크 조직화론의 재조명

입력
2008.10.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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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하트 지음ㆍ정남영 등 옮김/236쪽ㆍ16,900원ㆍ갈무리 발행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던 마르크스의 구호는 실천 강령으로서 오늘날 어디까지 유효할까? '촛불 시위'는 네트워크의 의미를 절절히 체감시켰다. 포스트모던의 연단을 받은 21세기의 조직론은 중앙집중적 당 중심이 아니라 네트워크화 조직론이다.

<네그리 사상의 진화> 는 최근의 사회변동을 읽을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사회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의 사상적 궤적을 음미하게 하는 책이다. 비판적 맑스주의에서 출발, 새로운 주체의 탐색 등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를 읽는 네그리 특유의 관점이 어떻게 생성됐나 훑어온다. 레닌 식 중앙집중적 당 조직화론은 구시대적 발상이므로 네트워크 조직화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정립하기까지, 네그리 사상의 요체가 응결돼 있다. 그의 사상과 행동이 무르익었던 1970년대를 중심축으로 한다.

선진 제국의 정치 경제 군사 네트워크가 전 지구를 장악해가는 양상을 분석한 <제국> (2000), 이 같은 시스템을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한 <다중> (2004)이 나오기까지를 정리했다. 특히 그 시기는 네그리가 가장 격정적으로 활동한 때였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 수용에서 미처 짚어보지 못한 부분을 음미할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의 핵심은 주체와 그 실천력, 그리고 맑시즘의 현재적 의미에 모아진다. 네그리는 "맑스의 연구는 당시의 사회적 현실을 너무도 앞서 나갔기 때문에 봉쇄당했다"며 "맑스의 직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고 그 '너머'를 이론화, 성숙한 혁명적 실천을 달성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사회철학 분야에서의 '이탈리아 효과'를 새삼 상기시킨다. 영미 철학에서 1990년대의 프랑스 철학, 2000년대의 이탈리아 철학으로 진행되고 있는 헤게모니 이동의 중심점이었던 네그리 사상의 원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네그리의 제자이자 <제국> 과 <다중> 의 공저자인 마이클 하트 미국 듀크대 교수가 쓴 네그리 안내서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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