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대한 금융도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금융의 허파로 통했던 미국 뉴욕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 중심지 자리를 놓고 뉴욕에 도전해 왔던 영국 런던 역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얼어 붙고 있다.
어둠의 터널로 들어선 런던
1986년 ‘빅뱅’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규제완화 조치 이후 런던은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성장했다. 하지만 뉴스위크(20일자)가 “어둠의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고 평하는 등 런던 금융의 미래는 어둡다.
타임 최신호(20일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채권 거래의 70%, 외환거래의 3분의 1, 해외 주식거래의 절반 이상이 런던에서 이뤄졌다. 런던 소재 외국 은행의 수는 254개로 뉴욕을 뛰어넘는다.
영어 사용권이라는 점, 미국과 아시아의 중간 시간대에 위치한다는 점 등이 런던 고속성장의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요인은 금융당국의 느슨한 규제와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이었다고 뉴스위크(20일자)는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영국 정부가 규제 강화로 정책 변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런던의 매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의 파급력에 있어서도 런던이 뉴욕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영국 경제는 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영국 국내총생산 가운데 10%를 금융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 서비스까지 합한다면 그 수치는 14%로 올라간다. 월가의 경우 금융업은 뉴욕시 경제의 15%를 차지할 뿐이다.
직원들의 어려움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연한 노동시장은 런던 성장의 요인이었지만 그만큼 해고가 쉽다는 의미다. 옥스포드대학의 한 경제학자는 타임지에 “2010년까지 런던에서만 약 11만 명이 해고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2012년 런던올림픽이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존심에 타격 입은 뉴욕
월가의 몰락은 뉴욕 시민들에게 경제뿐 아니라 심리적인 타격도 입히고 있다. 파생상품 투자가 대박만 터뜨리면 하룻밤에 백만장자로 변신할 수 있었기에 뉴욕은 많은 젊은이에게 ‘미국의 꿈(American Dream)’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로 통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빅 애플(Big Apple)이 광채를 다했다”는 말로 뉴욕 시민의 상심을 전했다.
개인전용기, 요트, 고급아파트 등 호화로운 뉴욕 생활의 상징물은 이제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 뉴욕 요트소유자 협회의 프랭크 지오다노 회장은 WP에 “월가 위기의 영향을 받아 거래가 30% 하락했다. 이미 2개의 회사가 망했다”고 전했다.
심리상담소와 교회만은 북적이고 있다. 금융업 종사자의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앨든 카스씨는 “평생 주변 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이 금융인들은 심한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월가에 가까운 트리니티 교회에는 ‘불확실한 시대에 도움을 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금융인들의 방문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월가는 이제 미국의 몰락을 체험하는 관광지로 전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만난 스웨덴 출신 애그네타 블롬그렌씨는 AFP에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다. 이 권력 이동의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스포츠도 뉴욕 시민들에게 우울한 뉴스를 전할 뿐이다. WP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 등 무려 3명의 차기 대통령감 중 뉴욕은 누구도 배출하지 못했으며 뉴욕 메츠와 양키스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뉴욕 시민들은 의기소침해져 있다”고 전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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