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 6자 회담 당사국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합의 이행이 더 문제”라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본은 이번 조치가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정부는 명단 삭제 조치를 북미 관계개선과 6자 회담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 평가했다. 반관영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이번 조치는 북미 양국간 신뢰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실질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선스순(沈世順)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주임이 “미국의 조치는 북미 양국의 상호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협상과 이해 증진을 위한 거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이번 조치 역시 잠정적인 조치라고 강조, 양측간 신뢰에 금이 갈 경우 다시 난관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중국 CCTV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양측의 합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벼량 끝 전술과 부시 정부 임기말 상황 등이 빚어낸 합의가 향후 이행과정에서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일본의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외무성 장관은 11일 담화에서 “핵 문제와 동시에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일 관계도 진전할 수 있도록 미국을 비롯해 관계국과 긴밀히 연대해 나갈 것”이라며 납치자 문제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 역시 지난달 북일 실무협의에서 합의한 “납치피해자 재조사위원회를 하루라도 빨리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납치 피해자 가족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납치 피해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橫田惠)씨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橫田滋)씨는 12일“테러지원국 해제와 납치는 따로 봐야 한다”며 “북일 교섭을 통해 해결을 강구하면서 진전이 없을 경우 일본 독자의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미국이 굴복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분명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문을 통해“이번 결정을 미식축구에서 경기 막판에 밀리는 팀이 무작정 전방으로 던지고 보는‘헤일 메리 패스’로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위기와 이라크 문제 등으로 곤경에 처한 부시 정부가 북 핵 문제만이라도 정리해 놓기 위해 성숙하지 못한 선택을 내놓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의식한 것이다.
그는 “이번 합의가 여러 한계를 지녔지만 부시 대통령의 후임자는 이번 결정으로 상당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미사일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6자 회담을 파탄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차기 미 대통령은 북한 핵 위기 때신 해결 가능한 핵 폐기 절차를 물려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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