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께 서울 풍납동 올림픽대로 김포방향. 제한속도 80㎞의 자동차 전용도로에 검은색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배기량 1,340cc)가 나타났다. 질주하던 오토바이는 가로수를 정비하기 위해 1차로에 서 있던 작업용 트럭을 뒤에서 들이받아 차 밑으로 그대로 깔려 들어갔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권모(52)씨와 김모(48ㆍ 여)씨는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경찰은 오토바이 운전자 권씨가 속도를 내 달리다가 정차한 트럭을 늦게 발견하고 핸들을 틀었지만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무법자, 오토바이가 교통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만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말하며, 고속도로와 서울 시내의 경우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운행이 금지된 오토바이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부과 받거나 형사 입건될 수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 폭주족은 물론 퀵서비스 배달원 등이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며 아찔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에는 법규상 오토바이로 분류되지 않는 50cc 미만 이륜차까지 자동차 전용도로에 불쑥 나타나 무법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9일 청담대교 진입로에서는 50cc 미만 이륜차와 승용차의 접촉사고로 출근길이 주차장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은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동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박병원(45ㆍ서울 중계동)씨는 "갑자기 오토바이가 나타나 곡예주행을 하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 내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경찰의 철저한 단속을 촉구했다.
물론 경찰도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단속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주요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하려는 오토바이를 집중 단속, 2주만에 489건을 적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용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뾰족한 단속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쫓다 보면 사고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관할 지역을 넘어가 추적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용도로 진입로에 오토바이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단속 카메라가 자동차 번호판 식별용으로 제작돼 이 역시 적절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오토바이 사망사고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는 2003년 760명에서 지난해 913명으로 20% 이상 늘었다. 오토바이 사고의 경우 건당 사망률이 0.029명으로 일반자동차 사고보다 사망률이 2.3배 가까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오토바이 운전자는 과실이 없어도 20% 이상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례가 있다"며 "오토바이 운전자 스스로 자신은 물론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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