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부터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경제상황에 대한 생각을 국민 앞에 가감 없이 밝힐 예정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이 연설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처럼 국민불안을 어루만지고,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협조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자칫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무릅쓰면서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려는 것은 경제현황과 전망이 비상한 행동을 요구할 정도로 심각한 때문이다. 미국 발 금융불안으로 인한 국내시장의 동요에 대해 정책당국은 'IMF 사태' 때와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골이 큰 침체기'에서 '세계대공황 이상의 거대공황'까지, 전문가들 사이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위기라는 인식의 공감대는 넓다.
이런 위기가 닥쳤을 때야말로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빛난다. 아니,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경제 살리기'를 내걸어 국민 지지를 받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우리가 라디오 연설을 그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 주변의 분위기는 아직 이런 기대를 걸기에는 이른 듯하다. 라디오 연설을 도입하게 된 이유가 '정부의 주요 정책과 비전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라는 설명은 지난 정권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청와대 홈페이지나 국정브리핑 등으로 국민을 직접 설득하려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에서 라디오로 매체만 바뀌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위로와 신뢰이지, 가르침이나 설득이 아니다. "좌파 정책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어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말도 뚱딴지같다. 야권에 정쟁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으로 잘잘못 따지기에 매달린다면 그 진의가 의심스러워진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공안통치 종식' 운운이나 무조건 반대가 더욱 큰 문제라고 반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위기를 맞아 정말 큰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면 작은 타박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과 함께 앞을 보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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