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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도서관, 경기도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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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도서관, 경기도를 읽어라

입력
2008.10.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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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새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강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초ㆍ중등학교와 도서관 혹은 교사연수 같은 모임에서 저를 연사로 초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기도 일원의 도서관에서 초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도서관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사서들을 만나보아도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비스나 시설, 접근성 면에서 경기도 도서관들은 서울을 이미 따돌렸고, 전국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서울이 모든 분야의 일등일 것 같지만 도서관에 있어서만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도내에 공공도서관이 100개를 넘어섰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읍, 면까지 도서관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토록 경기도에 도서관이 많아지게 된 이유는 바로 전임 지사가 도서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서 이제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도서관 건설은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자녀들이 책을 가깝게 하며 정보와 지식을 흡수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은 으뜸 교육입니다. 독서야말로 한 인간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새로 지은 깨끗한 경기도 내의 도서관들을 다니며 느끼는 것은 어린 시절에 동네에 이런 도서관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저는 인구만 많았지, 가까운 곳에 도서관 하나 변변히 있지 않은 서울에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과거 우리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는 형편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서수가 태부족인 것은 물론 시설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경제가 개발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지만 도서관의 발전은 더뎠습니다.

여기에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리더나 지도자들의 인식부족도 한몫 거들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도서관에서 독서를 통해 폭 넓은 전인교육을 받기보다는 열람실에서 고시공부나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줄을 대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도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의사결정자가 되었으니 도서관의 중요성을 알 리 없습니다. 가끔 도서관에 시찰 나와서는 고시생들 공부할 곳이 왜 없느냐고 묻기나 한답니다.

요즘 큰 도서관은 도서 구입비도 제법 된다고 합니다. 어느 어린이 도서관은 한 해에 나온 어린이 신간을 모두 사고도 남아 살 책이 없다는 고충을 나에게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좋은 책을 좀더 많이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살길이 막막해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투자는 바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입니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다면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걸어가서 실컷 책을 읽거나 빌려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독서삼매에 빠졌을 때 부모님들도 곁에서 오랜만에 책을 한번 읽어보십시오. 불경기나 금융위기 등의 세파와 시름을 잠시 잊고 선인들의 지혜와 지식과 정보, 흥미 속에 빠져보십시오. 삶의 위안은 물론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정보, 혹은 돌파구를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보다 더 좋은 불경기의 대처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지역의 리더 한 사람이 어떠한 영향을 주민들에게 끼치는지를 저는 경기도에 우후죽순처럼 지어지는 도서관들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중요성을 알고, 도서관을 지으려 노력하며 무엇보다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할 줄 아는 리더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고정욱 소설가ㆍ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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