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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신음하는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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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신음하는 해운대

입력
2008.10.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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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추억은 늘 아름다웠다. 해운대는(피서인파가 몰리는 여름 두 달을 빼면) 사계절이 모두 좋다. 해안을 따라 백사장과 동백섬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듣는 멋진 시간들이 해운대에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의 해운대 여행은 가슴이 아팠다. 해운대는 앓고 있었다. 매 순간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때로는 파도소리보다 더 큰 비명이 들렸다. 해운대의 품에 안겨 위안을 받고 싶었던 나는 당황했다. 지금 휴식과 위안이 필요한 쪽은 내가 아니라 해운대였다.

칠팔월 두 달 동안 엄청난 피서객을 맞았던 해운대는 다시 부산영화제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국제영화제 장소로는 더 없이 멋진 장소였지만, 이미 피서객들에게 시달린 해수욕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또 영화제에 몰려 온 사람들 중엔 피서객들 못지않게 소란스런 사람들도 많았다. 술판을 벌이며 고성방가하는 사람들로 백사장은 밤새도록 시끄러웠다.

악취와 쓰레기와 고성방가

해운대의 기분 좋은 산책을 기대하며 이른 새벽 바닷가로 나갔던 나는 크게 실망했다. 백사장과 산책길엔 빈 술병과 담배꽁초와 오물이 뒹굴고 술 냄새 등 악취가 진동했다. 환경미화원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지만, 지난 여름부터 썩고 찌든 악취를 씻어낼 수는 없었다. 악취 때문에 바다냄새 조차 맡기 힘들었다. 나는 구역질을 참으며 해안을 걸었고, 동백섬까지 겨우 가서 숨을 돌렸다.

동백섬에 앉아 너무나 많이 변한 해운대 일대를 바라보면서 나는 자연이 얼마나 힘들까 실감이 났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이 일대는 초고층 건물의 숲이 되었다. 40~60층의 주상복합 건물이 속속 들어섰고, 현재 건축 중인 80층짜리 건물들이 완공되면 7,300여 가구의 초고층 타운이 형성된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건물들은 바다로 트인 전망과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건물의 숲으로 둘러싸인 해안선은 숨이 막힐 것 같다.

1980년대 말 25만 명 수준이던 해운대구의 인구는 42만5천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부산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가 나쁘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이곳에서는 계속 초고층 아파트와 콘도 등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경제적 부담을 제외하더라도 환경적인 부담은 고스란히 해운대의 바다와 자연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1.4km, 폭은 30~50m로 백사장 넓이를 1960년대와 비교하면 60% 수준 밖에 안 된다. 모래를 공급하는 사구(砂丘)가 각종 개발공사로 거의 사라졌고, 인접 하천들도 대부분 복개되거나 흐름이 바뀌어 모래 반입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마다 1,500만 명 내외의 피서객이 찾아오고, 더위가 절정일 때는 하루에 최대 100만 명이 몰려오니 백사장도 몸살을 앓게 된다. 해수욕장 개장기간 중 쓰레기 배출량은 올해 241톤에 이르렀고, 백사장이 온통 담배꽁초와 술과 음식물로 오염됐다.

해운대 살리기 운동을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가 얼마나 더 해운대를 한국 최대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해운대 구청은 해수욕장 보존을 위해서 유료화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여론조사 결과 7.4%만 찬성하고 있어 시행이 어렵고, 자연 휴식년제는 동백섬 숲에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해수욕장까지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현재 공원법을 적용하고 있는 해수욕장의 보존을 위해서는 국회 계류중인 해수욕장 관리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한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와 힘을 모아야 한다. 부산시에만 맡길게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한다. 매년 여름 해운대에서 피서를 즐기는 1,500만 명이 나서서 해운대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한다. 해운대는 부산만의 것이 아니다. 해운대는 지금 기진맥진해서 앓고 있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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