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우짜든지 대구에서 결판을 내야 안되겠심니꺼"(이제는 대구에서 결판을 내야 합니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9일 밤 부산사직구장은 지상 최대의 노래방으로 변해 거대한 흥분을 쏟아냈다.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를 맞은 '부산 갈매기'들은 목청껏 롯데를 응원했으나 안타깝게도 행운의 여신은'부산 갈매기'들을 외면했다.
사무실에서, 학교에서, 식당에서 둘 이상만 모이면 터져 나오는 야구 이야기로 이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던 '부산갈매기'들은 대구에서의 반전을 기약해야 했다.
한 야구팬은 "준플레이오프 들어 부진한 롯데 조성환이 대구에서는 제대로 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대역전을 기대하기도 했다.
'부산 갈매기'들은 8일 1차전에서도 장단 19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3-12로 대패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날자. 더 높이 날자"를 목청껏 외치며 푸른 가을하늘로 비상을 꿈꿨다.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이날 점심 무렵부터 사직구장 앞은 1,000여명의 야구팬들로 북적였다.
1차전 전날 야구장 매표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던 열기는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인근 노점상들과 통닭집, 편의점은 대목이 계속됐다. 평소 한 마리에 5,000원인 전기구이 통닭이 1만원으로 껑충 뛰었어도 가을야구에 눈 먼 부산갈매기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오후 3시께 야구장 출입문이 열리자 팬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00m 경주를 하듯 관중석으로 몰려 들어갔다. 롯데 응원석인 1루측 스탠드는 치어리더의 멋진 율동을 즐기려는 팬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출입구 개방 30분만에 꽉 찼다.
야구장 곳곳에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로고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과 개당 2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들여 만든 대형 부산갈매기 풍선과 롯데 마스코트 인형이 밤하늘을 날아 준플레이오프 분위기를 달궜다.
연제구 거제동에서 식당을 하루 문닫고 야구장을 찾았다는 박순남(67)씨는 "할머니라고 야구 보면 안 되느냐" 며 "어제는 롯데 벤치의 마운드 운용이 아쉬웠다. 송승준 다음에 삼성의 막강 불펜진을 감안해 큰 경기에 강한 강영식 등 필승 계투진을 가동했어야 했다"며 전문가 수준의 관전평을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8일에 이어 이날도 관중석 곳곳에 빈 맥주캔과 페트병, 소주병 등이 뒹굴면서 점차 난장판으로 변해 뜻 있는 야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6회 말 가르시아와 강민호가 삼진과 외야 플라이로 각각 물러나자 일부 관중은 투구를 방해할 목적으로 레이저 빔으로 정현욱 투수를 비춰 삼성 선동렬 감독이 항의해 한 때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일부 관중들은 만취상태나 다름없는 과격 팬들이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해대자 서둘러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상국(41ㆍ부산 영도구 영선동)씨는 "초등학생 두 아이와 야구장을 찾았으나 술에 취한 옆 관중이 욕설을 하고 침을 아무 데나 뱉어 민망했다"면서 "아이들에게 낯부끄러워 다시는 아이들과 야구장을 찾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전날 일부 흥분한 부산 야구팬들이 7회 삼성 응원석으로 몰려가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고 구단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나는 삼성선수단에 욕설을 한 행동에 대해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일부 극성팬들의 관전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랐다.
한 팬은 "삼성팬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또 다른 팬은 "다른 야구팬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며 "야구장에서의 음주와 흡연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정보대 스포츠과학계열 양승재 교수는 "부산 야구팬들은 많은 관중동원과 다양한 응원방법 등으로 한국 프로야구사의 새로운 전기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좋은 응원 매너와 관전 태도로 모처럼 일기 시작한 건전한 야구열기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김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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