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2,500여 가구의 아파트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인 동일하이빌은 현지 분양률이 저조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1단계 사업(581가구)은 대부분 분양을 마쳤지만, 2단계 980가구는 1년이 넘도록 분양률이 30%에도 못 미쳐 나머지 3단계 사업은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하다.
현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신규 분양시장의 활기가 죽은 데다, 연 20%에 육박하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국제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현지 은행들의 대출 중단ㆍ회수 등의 금융 악재 탓에 장기 미분양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주택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각국의 금융권이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지 못해 주택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PF를 완료한 해외 사업장도 분양률이 낮아 분양대금 만으론 PF 상환이 힘든 경우가 많다. 건설사들이 국내ㆍ외에서 유동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아파트 2,578가구 등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우림건설도 내년 상반기 분양을 앞두고 벌써부터 좌불안석이다. 국내 금융사에서 어렵사리 4,000억원의 PF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는데, 현지 분양시장이 위축돼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는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지 10여개 시중은행마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잠정 중단한 상태다.
미국 LA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선 부동산개발업체 신영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극심한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사전 예약에서 총 334가구 중 100가구도 팔지 못해 결국 내년 상반기 중 재분양에 나설 계획이지만, 불투명한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분양률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영은 2차 사업부지 매입도 마쳤지만,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PF를 일으키지 못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 안카잉 지역에서 7,600여 가구의 주택과 상업시설 등 복합단지(26억달러 규모) 개발을 추진 중인 포스코건설도 PF 금융사를 정하지 못해 당초 올해 하반기 1차 분양에 나서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다행히 최근 국내ㆍ외 금융사와 1억5,000만달러의 PF계약을 체결해 내년 상반기 중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베트남 증시 폭락 등 경제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 분양 실적을 낙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제 금융위기로 각국의 금융권이 채권 확보와 대출 축소를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해외 주택사업을 벌이는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PF 받기가 까다로워진 데다, PF를 받더라도 분양대금으로 상환해줘야 하는데 시장 상황마저 녹록치 않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국내 미분양도 문제지만 해외 미분양이 회사 유동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당분간 해외 주택시장에서 남는 장사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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