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금융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국제공조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등 세계 주요국 6개 중앙은행이 모여 일제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모임에는 참석했으나 금리인하 대열에는 합류하지 않은 일본 중앙은행은 6개 중앙은행의 조치를 전폭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중앙은행도 독자적으로 기준금리를 0.27%포인트 낮췄다.
이번 국제공조는 각국 정부가 현 금융위기를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를 절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미 국경을 초월해 골이 더 파지고 있는 금융위기에 동시에 공동으로 대응함으로써 진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동안 나라별로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8일에도 아시아 유럽 주가가 폭락하는 등 전세계 주가가 3일째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금융 불안이 확산됐다.
8일 발표된 7개국 중앙은행 공동성명서도 "이번 공동대처가 금융시장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취해진 전례 없는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치는 "전세계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협의한 결과"라고 밝혀 중앙은행들의 공동보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데릭 할페니 도쿄-미쓰비시 UFG은행 통화전문가는 9일 뉴욕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중앙은행들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동 대처해 나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해서 "이미 몇몇 국가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 추세가 반영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하기 시작했으며,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전망 역시 인플레 우려를 낮추고 있다" 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와중에 한가하게 물가걱정이나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FRB는 별도의 성명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진전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4월 이후 금리인하를 거부해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논의할 정례회의가 예정된 이 달 28~29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ECB 역시 9월까지도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오다 최근 입장을 전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FRB와 ECB의 입장 선회는 7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현재의 금리정책이 적절한지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후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형식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과감한 동시 금리인하 조치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는 시장의 신뢰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금리인하가 올바른 처방인지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다. 이미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약세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효과가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영국 어워드 자산운용사의 짐 어워드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조치가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단기 반등에 그칠 것이며, 기업의 실적발표가 시작되면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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