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사장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촉발된 YTN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실마리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YTN 인사위원회가 6일 노조원 6명 해고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리자 노조측은 총파업 카드를 내놓는 등 강경 분위기로 돌아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도 7, 8일 연이은 파행을 보이며 YTN 사태를 정치쟁점으로 삼고 있다.
■ 끝없는 강경 대응으로 사태 악화
YTN의 기자 해직 사태는 군사정권시절 이래 보기 드문 일이다. YTN 사측은 6명 해고, 6명 정직, 8명 감봉, 13명 경고 등 노조원 33명에 대한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80여일 동안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정상 업무를 방해하는 등 불법 투쟁을 계속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자구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징계 철회와 구본홍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YTN 노조원 중징계 사태는 언론인에 대한 정권의 전면적 선전 포고"라고 비난하고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한 중인 국제기자연맹의 짐 보멜라 회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요청할 경우 실사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8일 "YTN 대량해직사태가 있었던 6일은 제2의 언론 대학살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야당은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라며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YTN 노조측은 당혹스러워하면서 분위기가 결연해졌다. 6일 열린 긴급회의에서는 "갈 데까지 갔다. 이제 총파업에 돌입하는 수밖에 없다" "총파업은 노조를 말살하려는 사측 전략에 휘말리는 꼴이다.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결국 총파업을 포함한 대응 형식과 시기 일체를 집행부에 일임키로 했다. 노조원 100여명은 7일부터 구 사장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사 입구를 지키는 등 사장 출근저지투쟁도 재개했지만 구 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 대화와 파업, 진퇴양난의 고민
언론계에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의 전례는 없지 않다. KBS의 경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병순 사장, 노무현 정부 초기 서동구 사장이 '정권의 인사'라는 점으로 노사 갈등을 촉발했다.
그러나 서 사장은 자진해 물러나고, 이 사장은 노조측이 물러서는 타협으로 갈등이 마무리된 것에 비해 YTN 사태는 3개월째 장기화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YTN 노사는 7월말 사장을 인정하고 보도자율권을 보장한다는 협상이 추진했지만 오히려 내부 분란만 야기한 채 협상을 추진한 노조집행부가 사퇴했다.
이후 구 사장의 인사 단행, 노측의 상급자 지시 거부와 단식투쟁, 사측의 강경 징계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최근에는 노사간 대화채널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노조가 당장 파업에 들어가는 강경 대응도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YTN 노조 권석재 사무국장은 "총파업이라는 카드는 적절한 시기에 최후에 쓸 카드"라며 "당장은 출근저지투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외적 신뢰도가 생명과도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 파업이 가져올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데 노조측의 고민이 있다.
■ '뉴스채널은 사회적 자산' 인식해야
구본홍 사장이 9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가 이번 사태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감을 통해 현재로서는 전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노사간 대화의 물꼬가 트거나, 혹은 여야간 정쟁으로 사태가 더욱 심각하게 얽힐 수 있어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았던 구본홍 사장의 임명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최영재 교수는 "정부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누가 봐도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인 인사 관행을 답습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쪽이 이기든 24시간 뉴스채널이라는, 대한민국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이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제3의 중재위원회를 조직해서라도 사측의 해고 철회와 보도의 독립성 보장, 노측의 유감 표명 등을 담은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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