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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쾌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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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쾌활하게

입력
2008.10.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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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에는 뭔가가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와 상관없이, 목소리에는 그의 현재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통화상의 목소리만으로도 전화기 건너편 사람의 기분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기분이 괜찮을 때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게 된다. 기분이 안 좋은데 무척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는 척 목소리를 꾸며도 부모님은 다 아신다. 좀처럼 안 속으신다.

반면에 나는 부모님께 잘도 속는다. 자식들 걱정한다고, 급히 내려오지 않게 하려고, 비밀리에 입원도 하고 큰 경조사도 치른 것을, 통화 상으로 알아채지 못한 게 여러 번이다. 한 열흘 허둥지둥하느라, 그러니까 괜찮은 목소리가 나올 것 같지가 않아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무소식이면 크게 걱정하실 것 같아 지친 목소리 그대로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 화들짝 놀라신다. "왜 힘이 없냐? 무슨 일이 있냐?" 그냥 지쳐서 그런 것 뿐이라고 말씀드려도 믿지를 않으시고, 자꾸만 무슨 안 좋은 일 있냐고 다그치신다. 이 땅의 자식들이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못 드리는 것은, 먹고 살기 급급해서, 늘 피곤해서, 쾌활한 목소리가 잘 안 나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화를 자주 드리기 위해서라도, 쾌활하게 살려고 애 쓰는 수밖에 없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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