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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매케인-오바마 2차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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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매케인-오바마 2차 TV토론

입력
2008.10.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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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슈빌의 결전에서 거친 인신공격성 발언은 없었다. 선거 판세를 뒤집을 육중한 펀치도 오가지 않았다.

미국의 주식시장이 또 한번 곤두박질한 7일. 미국 컨트리 음악의 고향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2차 TV 토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발언은 90분 내내 두 가지 큰 주제, 경제와 안보 문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토론을 앞두고 두 후보가 상대방의 약점을 후벼 파는 네거티브 공세를 불사했기 때문에 낯붉히는 설전의 가능성도 예상됐었다. 그러나 두 후보 사이에 오간 것은 귀에 익은 단어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선거 캐치프레이즈만 되풀이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답변과 화두가 나올 수 있겠는가"라며 "한가지 확실하게 보여준 것은 둘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두 싸움꾼이 경기장 안을 빙빙 도는 것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토론 스타일은 대조적이었다. 타운홀 방식에 자신감이 있었던 매케인은 간간이 농담도 던지면서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진지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듯했다.

추상적이고 감상적 답변이 많았던 매케인과 달리 오바마는 근거와 사실을 앞세웠다. 상대가 얘기할 때도 오바마는 앉아서 팔짱을 끼거나 서서 매케인을 유심히 지켜본 반면 매케인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등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오바마에 가급적 시선을 두지 않으려했다.

무난하게 진행되던 토론은 에너지 문제에서 매케인의 돌출발언이 나오면서 유권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매케인이 메이저 석유업체에 이익이 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에너지 법안에 오바마 후보가 찬성하고 자신은 반대했다고 주장하면서 오바마를 "저 자(that one)"라고 지칭했다.

워싱턴포스트는"매케인의 스크루지 같은 고약한 이미지를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그에게 왜 '절제되지 않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알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기, 건강보험, 감세 등에서 공방한 두 후보는 이란, 파키스탄 등 외교 안보로 주제가 넘어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매케인이 대 테러전에서 "파키스탄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며 오바마의 파키스탄 월경작전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난하자 오바마 후보는 "침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발끈하며 "매케인이야말로 이란을 폭격하자고 노래했던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매케인은 "유엔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반면 오바마는 "러시아 등에 거부권을 주지 않겠다"면서도 북한을 예로 들며 "모든 가능한 수단을 먼저 강구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2차 토론의 승자로 유권자들은 대부분 오바마 후보를 꼽았다. MSNBC가 토론 직후 실시한 '누가 이겼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83.7% 대 13.1%로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선택했고,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라고 답한 사람이 63%로 매케인의 37%보다 훨씬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도 오바마가 2대1의 비율로 매케인을 앞섰다.

폴리티코는 "수세에 몰린 매케인이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 모르는 토론이었다"며 "매케인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진 경기"라고 분석했다.

■ 후보자 긴장·실수도 그대로 전달

타운홀 미팅 방식의 TV 토론은 1992년 대선 때 아버지 조지 부시(공화당) 당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민주당) 아칸소 주지사 사이에서 있었다. 당시 한 유권자가 질문할 때 부시 후보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같은 시간 클린턴 후보는 걸상에서 일어나 아랫입술을 다물고 그 유권자에게 다가갔다. 이 대비되는 장면으로 부시는 서민들의 문제에 관심이 없는 후보로, 클린턴은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고 고민하려는 후보로 비쳤다.

2004년 조지 W 부시(공화당) 현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같은 형식의 TV 토론에서 부시는 한 청중으로부터 "재임 중 실수한 3가지를 대보라"는 뜻밖의 질문을 받고 헤맸다. 결국은 대답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이라크 관련 얘기로 얼버무렸다.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에게 묻는 타운홀 미팅 방식의 토론의 볼거리는 이런 데에 있다. 유권자들의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후보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거칠지만 현장이 담긴' 질문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이번 토론에는 15개의 질문이 두 후보에 던져졌다. 직접 토론장에 나온 청중 80명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과 인터넷을 통해 나온 수많은 질문 중에서 사회자 등 주최측이 추렸다. 인터넷을 통한 질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질문이 채택된 청중은 본인이 직접 질문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사회자가 묻는다. 80명은 모두 무당파 유권자로 3분의 1은 부동층, 나머지 3분의 1씩은 오바마와 매케인에 기울고 있는 유권자들로,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선정했다.

타운홀 토론은 유권자와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한다는 점에서 대답의 '콘텐츠' 못지않게 감정적ㆍ정서적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무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의견을 펼치는 형식이어서 정제된 몸놀림 등 이미지도 중요하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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