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자치구가 주관하는 축제들이 가을철에 집중되고 내용도 중복되는 게 많아 국제적인 축제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내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 축제들은 주제와 관련이 떨어지는 대중가수 공연, 불꽃놀이, 특산물판매점 등 판박이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지역 정체성이나 축제 고유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8일 서울시와 자치구들에 따르면 콘서트 등 단기 행사를 제외한 2일 이상 규모의 서울 시내 축제는 올해 90여개에 달했다.
특히 9, 10월에는 전체의 3분의2인 60개의 축제가 집중돼 이 기간 축제가 열리지 않는 날은 단 15일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러나 서울시와 자치구가 주관하는 축제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초청가수 공연과 노래자랑, 장터 등으로 구성돼 축제 본래의 정체성이나 차별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매년 한 차례 열리던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올해부터는 계절별로 개최해 세계적 축제로 육성키로 했으나 산만한 주제로 오히려 국내외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4월 27일부터 10일간 37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최한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전체 관람객은 445만이었으나 올해 열린 봄축제(5월 4~11일)와 여름축제(8월 9~17일)의 경우 각각 35억과 30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관람객은 145만명과 109만명에 그쳤다.
또 지난해는 1억2,000만원의 해외 홍보비를 사용해 40만명의 외국인 관람객을 모았으나 올해는 봄축제와 여름축제에 각각 2억8,000만원과 1억원의 홍보비를 쓰고도 32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평수'문화와 경제'연구소장은 "한 국가의 수도가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모호한 게 사실"이라며 "대표 콘텐츠 없이 여러 행사만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 보니 국내외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모습은 예산 규모가 작은 각 자치구가 주관하는 행사들에서 더 쉽게 눈에 띈다.
지난달 26~29일 축제기간 동안 1만 6,000명의 참가객을 기록하며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제2회 도봉산축제에서도 고유 콘텐츠인 도봉산 등산대회를 제외하면 인기 가수들의 노래 공연, 주민 노래자랑이 행사 프로그램의 전부였다.
지난해 '신촌 어울림축제'에 참가했다는 윤미로(23)씨는 "올해 일정도 역시 유명가수 공연이나 퍼포먼스 등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라 별 관심이 가질 않는다"며 "신촌에서는 평소에도 야외공연이 종종 있기 때문에 이번 행사가 특별히 축제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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