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 날틀에 올라 타주신 여러분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손 전화기는 날틀의 나래 짓을 해코지할 수 있으므로 날틀 안에서는 꼭 꺼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항공이 한글날을 맞아 9~12일 순 우리말로 된 기내 방송을 선보인다. 지난해 설 연휴 때의 제주 사투리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이색 기내 방송이다. 순 우리말 방송에서 비행기는 '날틀', 기장은 '날틀꼭두', 휴대폰은 '손전화기', 화장실은 '뒷간', 선반은 '시렁' 등의 낱말로 대체된다.
승무원의 환영 방송은 이런 식이다. "이 날틀이 제주까지 나는 시간은 뜬 뒤 55분으로 어림하고 있으며, 날틀꼭두는 홍길동입니다. 내리실 때까지 뒷간을 비롯한 날틀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실 수 없습니다." 이밖에 "날틀이 뚝 멈춘 뒤 앉은자리 띠 가리킴 불이 꺼질 때까지 일어서지 마시고", "시렁을 여실 때에는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써주시고", "속이 꽉 찬 알짜배기 손님 모시기를 가꿔가는" 등 평소 듣기 어려운 표현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벨트,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 사용법이나 통상 기장이 현지어와 영어로 1회씩 하는 고도, 속도, 기상 등의 안내 방송은 관련법에 따라 기존 방식대로 이뤄진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순 우리말이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우리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순 우리말 기내 방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행사 기간 중 일부 항공편에서 객실 승무원이 한글 무늬 티셔츠를 입고 기내 서비스를 할 예정이며,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글 맞추기 퀴즈도 진행한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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