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음달 결혼하는 조진호(34)씨는 650만원짜리 몰디브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했던 여행사로부터 2일 당황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최초 계약한 8월초보다 원ㆍ달러 환율이 올랐으니 원래보다 60만원을 보태 잔금을 치르라는 것.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박씨는 7일 결제하겠다고 했으나, 그동안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90만원을 더 내야 했다.
# 2.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소규모 유학원을 운영하는 이정희(37)씨는 올 겨울 방학 영어캠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4주 일정의 참가비로 200만원을 받았는데, 필리핀 페소화 대피 원환가치가 15% 가량 내리면서 손해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환율이 예전 수준을 되찾기 만을 기도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환율이 '풀뿌리 경제'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재정이 취약한 중소 여행사, 유학원, 국제행사 대행업체 등은 환차손 때문에 존립마저 흔들릴 지경이다. 오랜 불경기를 힘겹게 버텨 온 터라 환율 충격의 여파는 더욱 크다.
지난 4월 항공권 발권 대행 수수료율 감소로 타격을 입은 영세 여행업체들은 환율 폭등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여행객 수가 급감한데다 고객에게 받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결제해야 하는 구조라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 직원 4명의 한 중소 여행사는 "폭등한 환율이 떨어지길 바라며 지난 주 미국 협력업체에 줄 2만5,000달러의 송금을 미뤘는데 며칠새 달러 당 200원이 뛰었다"며 "이 달 적자만 1,000만원"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올들어 중소형 여행사 70곳이 문을 닫았는데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4,000여 곳에 이르는 중소 여행업계에서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수원의 골프투어 전문 여행사 사장이 지난달 자살했는데 환차손으로 인한 경영난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처럼 여행객이 손해를 입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잔금 결제 시점의 환율로 최종 비용을 매기는 일부 여행사의 약관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여행사가 환율을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약관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면 지불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유학업계 분위기도 어둡다. 미국 유학을 전문으로 하는 한 소규모 유학원은 "최근 어학연수나 유학수속을 취소한 비율이 전체 회원의 20%를 넘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유학 준비생들은 토플 응시료가 부담이다. 김세라(29)씨는 "170달러인 iBT 토플을 보려면 올해 초 16만원이면 됐지만 이제는 23만원을 내야 한다"며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시험을 봐야 하는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유학생들도 현지에서 직접 용돈벌이에 나서거나 생활비가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시간당 13달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캐나다 유학생 김병찬(29)씨는 "유학 비용 부담을 부모님께만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세 수입업자도 피해자다. 미국 청바지를 취급하는 전수진(31)씨는 "물건 확보도 어렵고, 이윤도 많이 줄어 사업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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