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정상이 아닌, 비상(非常)한 상황이다. 평생 증시 근처에 가봤거나 100달러 지폐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도 작든 크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멈추지 않는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이 여러 경로를 거쳐 실물경제를 핍박하면서 기업은 물론 가계, 나아가 개개인의 삶과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날뛰는 금융시장에 대해 과민반응하지 말고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선제적으로 잘 대처해왔다고 자찬하던 정부도 백약이 무효인 시장 앞에서 넋 나간 표정이다.
주요 선진국의 금리인하 움직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 매입 방침 등 고단위 처방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뉴욕증시가 또다시 5%대 이상 폭락하며 다우지수가 최근 5년간 최저치인 9400대로 후퇴하고 S&P지수 역시 1000선이 무너졌다. 그 후폭풍으로 어제 우리 금융시장도 패닉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6% 가까이 하락하며 1300선마저 붕괴돼 1280대로 밀렸고, 환율은 67원이나 올라 달러 당 1,400원을 코앞에 뒀다.
올해 초 주가와 환율이 1850포인트 대와 930원 대에서 움직였음을 감안하면 10개월 만에 1280포인트 대로 급락한 주가와 1400원 대로 급등한 환율에서 경제시스템이 이 정도나마 유지되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상황을 잘 관리해온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솔직히 낯뜨겁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따지고 잘잘못을 가리는 것조차 한가하게 느껴진다. 공포와 절망과 체념만이 횡행하는 금융시장을 정돈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할 때여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참가자들이 펀더멘털에 대한 차분한 분석을 하지 못하고 공포에 가까운 불안한 심리에 휘둘리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로 어제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시장을 흔든 것을 예로 든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쏠림과 광기에 휩싸인 시장추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힘은 난데없이 '달러 사재기'를 때리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의 절제와 인내라는 것을 말해준다. 금융시장에 나뒹구는 슬프고 아픈 사연을 보면 그럴 겨를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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