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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불확실성 시대, 언론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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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불확실성 시대, 언론도 한몫

입력
2008.10.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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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미국 3위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매각, 미국 1위 보험사 AIG에 850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입 결정, 거대 투자은행의 파산과 유동성 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짐….

미국발 금융 위기로 아일랜드, 그리스, 덴마크, 그리고 독일까지도 정부가 은행 예금에 대해 무제한 지급보장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설에 휩싸여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원-달러 환률이 폭등하여 1,400원 가까이 치솟았다는 기사가 톱을 장식한다.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했고, S&P는 내주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발표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뒤따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접할 수 있었다.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 이후 국민배우 최진실이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아침 속보로 들었다. 지상파 3사는 톱뉴스로, 모든 일간지는 면을 이들 기사로 채웠다.

사람들은 대통령 국장(國葬) 이후로는 처음으로 장례식 전 과정을 케이블TV를 통해 생중계로 시청했다. 지난 달부터 숨가쁘게 보도된 주요 뉴스들이다. 뭐, 이 말고도 깜짝 뉴스는 많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마구 쏟아지는 그 많은 정보들을 전하고 있는 뉴스를 보면서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이지 아이러니다. 보도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들어보더라도 느낌은 매 한가지다.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토막, 토막으로 잘라 놓은 인터뷰를 듣고 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가 불안한 상황인지, 불안해 해야 정상인 것인지, 아니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인지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무리 불확실성의 시대라지만 그러면 도대체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한 여배우의 자살과 관련한 보도는 오히려 또 다른 루머와 억측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언론보도 태도나 진실보도에 대한 복잡한 학문적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너 나 없이 줄기차게 지적해온 전문기자 제도의 필요성을 굳이 강조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취재가 부실하여 전달하는 사실들이 너무 부족하거나, 다루는 내용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과도하게 너무 많은 사실들을 보도하거나, 기자나 언론사의 시각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보도할 경우, 보도 그 자체가 훼손된다는 것 정도를 말하고 싶다. 보도의 훼손은 그렇다고 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안 그래도 요즈음 같은 시대에 산다는 것 자체가 불안 불안한데, 언론마저 불 난 집에 기름 끼얹는 듯하니 그저 답답해서 그러는 것이다. 우울증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뭘 믿어야 할지, 믿고 기댈 데도 없고 좀 편히 발 뻗고 누울 자리도 없다.

이러니 뉴스를 보고 있으면 짜증만 나고 술자리만 찾게 되니 우울한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세상이 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뉴스를 볼 수밖에….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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