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

입력
2008.10.08 00:10
0 0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사교육비' 경감이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경감되기는커녕 더욱 증가하고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이미 입시ㆍ보습학원의 수가 초ㆍ중ㆍ고등학교 수의 3배 정도인 3만 1,000여 개나 된다. 그리고 지난해 사교육비의 전체 규모가 20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3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사교육비의 폭증은 공교육이 더욱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획일적 평등주의 극복해야

공교육이 황폐화되면 될수록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성취도가 결정된다. 그러면 가난과 저학력의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불평등 구조가 고착된다. 그래서 공교육을 정상화ㆍ고품질화하여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것은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사교육비 경감 대책들이 실패한 중요한 이유는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 해소하기보다는 지엽적인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 적어도 다음 5가지 방안을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첫째,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 간의 다양한 차이(교육여건 및 환경, 교육과정 및 교육활동, 학력 차이 등)를 인정해야 한다. 예컨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학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차이를 상급학교에서 인정하지 못하도록 한 획일적 평등주의는 이제 극복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의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둘째, 학생 간 배타적 경쟁을 조장하는 서열 위주의 상대평가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 서열 위주의 상대평가는 일제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료학생들 간의 협동학습을 저해하고, 민족공동체 의식을 파괴하며, 학생들의 경쟁 혹은 투쟁의 대상이 곧 함께 지내는 동료 학생들이 되도록 함으로써 반일ㆍ항일운동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학생들 간의 협력학습을 증진하고 교육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한 단위 학교 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교사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교사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성의와 열의를 가지고 잘 가르치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가 동일하게 대접 받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교사들의 전문성이 신장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게 된다.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높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사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넷째,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단위 학교의 교육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교육 수요자들의 알권리와 학교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수준이나 교육청 수준의 학업성취도 결과와 상급학교 진학성적 등을 포함한 단위 학교의 교육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정보의 공개는 그 동안 학생 간 배타적 경쟁을 조장하던 것에서 벗어나 교사 간, 학교 간 건설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중요한 건 교육정책 일관성

다섯째, 학교나 학생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교육정책이나 상급학교 진학 방식의 급격한 변화는 공교육보다 사교육 의존도를 더 높이게 된다. 특히 우수 대학의 입학전형에 대한 변경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요컨대,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서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 학생 간 협력학습과 교사 간, 학교 간 건설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교육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