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히든카드에 좋은 패가 있고, 게임 머니도 충분하다"고 일단 엄포부터 놓고 보는 것. 다른 하나는 게임판에 사기 세력이 끼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을 이길 만큼 정말 패가 좋은지, 게임 머니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인지 정부 스스로도 자신이 없을 수 있다. 그만큼 지금 게임의 판세는 긴박하다. 그렇다고 패를 드러내놓고 보여줄 수도, 경우에 따라서는 게임 머니가 부족할 수 있다고 시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지금의 환율 급등이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연일 천장 없이 치솟는 환율과 맞서야 하는 지금 정부의 상황이다.
7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은 이 같은 정부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부터 긴급 거시정책협의회 등까지 대책 회의가 잇따랐지만 대책의 내용은 밋밋했다.
우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운영하겠다는 것.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컨틴전시 플랜에 대해 "최후의 단계는 실거래 자본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파국을 의미하는 이 카드를 당장 꺼내 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은 환 투기세력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에서 투기세력을 단속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더구나 지금 환율 급등을 투기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이밖에 할 수 있는 건,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 "이번 달에 경상수지가 흑자 전환을 하면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고 시장을 다독거리는 발언 뿐이었다.
이 정도의 정부 대응으로 무섭게 치솟는 환율을 잡기엔 시장의 공포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게 시장의 냉혹한 평가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 등 실제 행동이 없이 구두 개입이나 추상적인 대책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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