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뿔났다. 존 매케인, 세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정ㆍ부통령 후보의 노골적인 흑색 비방이 선을 넘었다는 생각에서다. 정책 대결을 우선시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 진영은 이제 매케인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을 부각시키는 등 맞불을 놓을 태세다. 페일린의 '테러리스트' 발언이 민주당의 정면 대응을 촉발함으로써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이 무차별적 네거티브 인신공격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주말 "테러리스트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페일린 발언으로 일격을 맞은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의 '키팅 파이브' 의혹을 인터넷 광고를 통해 집중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1960년대 극좌파 반전지도자 빌 에어스와 오바마의 관계를 터무니없이 부풀린 공화당의 공세에 대한 반격이다.
'키팅 파이브' 스캔들은 80년대 후반 저축대부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몰렸을 때 링컨저축대부조합을 소유하고 있던 찰스 키팅이 매케인 등 상원의원 5명의 비호 아래 자신의 대출 스캔들을 무마하려 한 로비 사건이다. 매케인은 이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무혐의 판정을 받아 정치생명은 유지했다. 오바마 진영이 매케인에게 법적으로 문제 없는 것으로 결론 난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은 매케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이 광고에는 매케인이 키팅을 위해 금융 당국자들과 두 차례 회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80, 90년대 월스트리트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대부업체 부실 사건을 드러냄으로써 현재 금융위기와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려는 목적도 숨어있다. 오바마 선거대책본부장인 데이비드 플루프는 "키팅 사건은 유권자들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측이 비난을 무릅쓰고 네거티브 공세에 합류한 이유는 공화당의 저질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선거에 패배한 과거 몇 차례의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와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은 88년 대선에서 듀카키스는 '윌리 호튼'이라는 살인범이 교도소 밖에서 납치 강간을 자행하는 사건을 소재로 한 부시 진영의 TV 광고에 무너졌다. '죄수의 주말 휴가제도'를 지지한 자신에 대한 부시의 네거티브 공세였다.
2004년 대선에서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베트남전 공적을 깎아 내리는 '스위프트 보트'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근거 없는 비방 공세라 하더라도 방치하면 안된다는 학습효과인 셈이다. 오바마는 6일 한 라디오 쇼에서 "우리는 첫번째 펀치는 날리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펀치는 우리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매케인, 페일린은 이날도 오바마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다. 매케인은 뉴멕시코 유세에서 "중산층의 감세를 약속한 후보와 중산층 증세에 표를 던진 정치인 중 어느 것이 진짜 그의 모습이냐"며 오바마의 이중성, 허구성을 맹공했다. 폴리티코는 매케인의 전략이 "오바마의 인종, 종교, 애국심 등 검증되지 않은 부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페일린도 플로리다에서 "오바마가 자생적 테러리스트였던 사람과 협력한 것을 우리는 본다"며 에어스와의 관계를 연일 공격했다.
양당의 싸움이 진흙탕식 폭로전으로 변질되면서 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두 후보간 2차 TV 토론은 상호 격렬한 비난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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