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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제관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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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제관함식

입력
2008.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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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는 1337년부터 1453년까지 116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이른 바 백년전쟁, 중세유럽의 봉건제가 몰락하고 중앙집권적 절대왕조의 출현 계기가 된 세계사적 전쟁이다. 자신이 프랑스 왕위 계승권자라고 주장한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자칭 프랑스 왕' 필리프 6세에게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됐다. 첫 전투는 1340년 6월 라인강 하구 슬뢰이스 항에서 벌어진 영국ㆍ플랑드르의 연합함대와 프랑스 함대 간 해전. 영국 해군은 프랑스 함대를 격파, 도버 해협의 제해권을 장악했다. 그 결과 백년전쟁 내내 프랑스만 전쟁터가 되었다.

▦ 대포를 본격적으로 전쟁에 도입한 군주이기도 한 에드워드 3세는 이듬해 도버 해협에서 영국해군 함대의 해상사열을 실시했다. 국가원수가 자국 함대의 장비를 검열하고 사기를 북돋우는 의식인 관함식(Fleet Review)의 효시다. 그는 이후 칼레의 전투 등에서 승승장구했다. 오늘날의 관함식은 역사적 기념일에 우방 해군과의 우호 증진을 위한 국제행사로 개최된다. 2004년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 60주년 기념 관함식과 2005년 영국의 트라팔가 해전 승리 200주년 기념 관함식이 그 예다.

▦ 트라팔가 승전 200주년 기념 관함식에는 우리해군 최초의 4,000톤급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함과 천지함도 참가했다. 해군 강대국들의 수만톤 급 핵추진 항모와 최첨단 이지스함 등이 즐비했지만 충무공 이순신함은 이름만으로도 빛났다. 시공을 뛰어넘어 해전사의 두 영웅인 이순신과 넬슨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위대한가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지만 러일전쟁 때 러시아함대를 격파한 일본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평가는 참고할 만하다. "나를 넬슨과 견주는 것은 옳으나, 이순신에 비교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

▦ 건군 60돌 기념 '200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이 5일부터 부산 앞바다에서 열리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열린 행사에는 미 일 중 러 등 12개국 함정 50여 척이 참가했다. 우리 해군은 첫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아시아 최대규모 수송함 독도함, 한국형 구축함인 강감찬함, 최영함, 이순신함 등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늘은 하이라이트인 해상사열이 실시된다. 이순신의 23전 전승 신화와 세계 제1의 선박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지만 아직 연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 되어 바다로 세계로' 주제를 내건 이번 관함식은 연안을 벗어나 대양으로 뻗어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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