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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전세계 확산/ 천정 뚫린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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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전세계 확산/ 천정 뚫린 환율

입력
2008.10.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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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결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좇아간다'는 외환시장의 격언은 적어도 요즘 원ㆍ달러환율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정부도 시장도 입을 모아 "요즘 환율은 100%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심리도 지속되면 엄연한 현실. 도대체 잦아들 줄 모르는 불안심리는 이제 환율 1,500원선마저 경고하고 있다.

"당국 개입만 기다려"

7일 하루에만 10년여 만에 최고, 3일새 141원이 오르는 환율에 딜러들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이날도 밤사이 역외시장에서 무려 100원 넘게 오른 환율은 개장과 함께 순식간에 1,350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매도개입 영향으로 한 풀 꺾인 뒤 횡보했다. 최근 며칠간 패턴을 보면 계속 치솟다 당국의 개입이 나오면 잠시 쉬어가는 양상일 뿐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A은행 딜러는 "요즘은 실수요 업체들의 주문 처리만 할 뿐 환율 전망이나 자체 거래는 아예 접었다"며 "모두가 당국의 개입만 쳐다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달러, 푸는 이가 없다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에 공급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달러 유동성 우려가 극대화되면서 국내 기업, 은행, 개인 할 것 없이 가진 달러는 쥐고, 나온 달러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가격을 불문하고 매수 세력들이 쫓기듯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환율 폭등에는 역외세력의 달러 매집세가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들은 전날 `달러 사재기'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나오면서 잠시 `자제 모드'에 들어갔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언제든 다시 사재기에 나설 수 있다. 사재기는 오를 때뿐 아니라 향후 환율 하락시에도 매물을 일시에 집중시켜 급등락을 초래할 수 있다.

극단적인 달러보유 심리는 기업과 개인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일부만 원화로 환전하고 나머지는 달러로 예금해두고 있고 LG전자도 채권 매각 등을 통해 달러 보유액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업종 특성상 달러 거래가 많은 종합상사도 이미 확보한 달러는 즉각 환전보다 일정 기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은행의 강남지역 지점장은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부자 고객들이 달러화 매입을 통한 환테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1,500원 가나

요즘 같은 패닉 상황에서는 다음 지지선을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흘(거래일 기준)만에 150원 가까이 폭등하는 상황에선 '레벨'을 논하는게 아예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는 한 환율은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다 과감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유동성공급 공조를 강화하는 공조조치를 취하거나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공기업을 통해 금리불문하고 달러차입을 늘리는 등의 대안이 거론된다. 물론 효과는 미지수지만.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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