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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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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사람이 없어요"

입력
2008.10.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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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습니다. 여기가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은평뉴타운입니다."

일요일인 5일 오후 7시. 서울의 첫 뉴타운인 '은평뉴타운'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 이모(44)씨는 연방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보세요, 불광동에서 구파발을 거쳐 이 곳으로 통하는 도로라고는 4~6차로가 전부예요. 입주를 시작한 1지구가 절반도 차지 않았다는데도 교통정체가 심각한데 2, 3지구까지 들어서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겁니다."

은평구 진관내동 은평1지구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 "정말 기사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뉴타운은 썰렁했다. 해가 떨어져 어두웠지만 불 켜진 집은 손에 꼽을 정도. 6월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을씨년스러운 이유가 궁금했다.

단지 내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대뜸 "사람이 없어, 사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푸념은 이어졌다. "SH공사에서는 입주율이 60%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냐. 기껏 해야 40% 정도나 될까?" 식사를 하던 유모(38)씨도 거들었다. "여기는 저런 할아버지, 할머니나 살기 좋은 곳이지 학생을 둔 부모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어요. 오죽하면 영화 한 편 보려면 불광동까지 나가야 한다니까요."

SH공사에 따르면 1지구에는 임대주택 1,700가구, 특별분양 1,100여 가구, 일반분양 1,700여 가구 등 총 4,514가구가 공급됐다. 2011년까지 1만5,276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그러나 주변 시세의 80% 수준인 장기전세주택(670가구)만 90% 정도 입주했을 뿐 국민임대아파트(1,029가구)의 입주율은 21%(223가구)에 불과하다.

국민임대아파트에 입주해야 할 원주민들이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떠난 것이다. 한 주민은 "국민임대 18평의 경우 관리비 등을 합치면 매월 4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이게 엄청난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반분양도 잔금을 치르고도 입주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입주율은 SH가 밝힌 70%에 크게 못 미친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편의시설도 태부족이다. 1지구 내 상가는 190여 개. 그러나 두 집 건너 한 집 정도가 부동산 중개업소일 뿐 대부분의 상가는 텅 비어 있었다. 세탁소나 슈퍼마켓 등 기초 편의시설 정도가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은행, 병원, 약국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H중개업소 조정국 소장은 "입주율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입주지연 이유는 달랐다. "교통보다는 교육여건이 문제죠. 현재 초ㆍ중학교 정도만이 전학생을 유치할 뿐 유치원과 고등학교는 내년 새 학기나 돼야 정상 운영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탓에 부동산 거래도 한산해 '명품 신도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전세가의 경우 일반분양 34평은 1억6,000만~1억8,000만원, 41평은 1억8,000만~2억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입주민이 많지 않은데도 오후 9시 단지 내 편도 1차로의 좁은 길을 타고 주 간선도로로 빠져 나갈 때까지 불과 1㎞를 가는데 20여분이나 걸렸다.

첫 뉴타운의 고전(苦戰)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은평뉴타운은 가격이 높은 데다 임대주택과 장기전세 물량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중대형 평형"이라며 "최근 경기침체 등과 맞물려 거래가 잘 되지 않고 있어 일반 분양물량 입주가 지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조성된 곳이라 주변에 도시 인프라가 전무하다"며 "은평뉴타운의 역세권인 구파발 상업지구 개발이 가시화하는 2012년까지는 교통정체와 편의시설 부족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SH공사 뉴타운사업본부 이정덕 계획설계팀장은 "경찰청과 협의해 신호주기를 조정하고 이달 말에는 현재보다 150m 떨어진 곳에 통일로 일부 구간이 확장 개통되는 등 교통문제는 어느 정도 풀린다"면서 "학원 등 교육시설도 50% 이상 확충키로 해 완벽하진 않지만 주민 편의시설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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