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하나 뿐인 첨단 우주여행 체험 프로그램이 반짝 우주 열기가 식어가면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
6일 경기 양주시 송암천문대. 인근 지역에서 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플라네타륨(planetariumㆍ별자리투영기)에서 연신 탄성을 내지르고 있다. 태양계, 은하, 은하단을 넘나들며 천장 가득 별을 쏟아내는 화면이 압권이다.
하지만 바로 옆, 이 천문대의 자랑인 챌린저러닝센터는 불이 꺼진 채 35개의 좌석이 텅 비어있다. 1회 5만원이라는 참가비가 부담인 듯 신청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일철강 송암 엄춘보(89)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털어 지난해 7월 완공한 이 곳은 7,441㎡ 부지에 600㎜급 주망원경과 7개의 보조망원경을 갖춘 관측실과 플라네타륨, 챌린저러닝센터, 연수시설, 숙박시설, 케이블카 등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사설 천문 테마파크다.
이 곳은 특히 48억원을 들여 지구에서 목성까지의 우주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챌린저러닝센터'를 아시아 최초로 운영 중이다.
1986년 미국 챌린저호 참사 유가족들이 우주에 관한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자칫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성금을 모아 만든 이 센터는 미국 내 48개와 영국, 캐나다 등지에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운영 중이다. 특히 이 센터의 '목성으로의 여행' 프로그램은 이 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출발, 목성까지 항해하면서 태양계 행성과 위성, 소행성, 유성 등에 관한 지식을 쌓고 갖가지 실험을 해보며 우주여행을 간접 체험케 해준다.
실제 NASA의 자문을 받아 만들었으며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30)씨도 "이 프로그램을 진작 체험했더라면 우주 비행훈련에 상당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격찬했다. 35명 정원에 4시간여 걸리는 이 프로그램의 가동비만 1회 180여만원이다. 참가비 5만원은 가동비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올 초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 탄생을 전후해 반짝하던 열기가 식으면서 이 시설은 일주일에 한 번 가동될까 말까 한 처량한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 같은 사실을 안타까워 한 임충빈(64) 양주시장이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지원해줘 요즘은 주 4회 정도 가동되지만 그래도 목표에 한참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이 곳 최현옥 기획실장은 "어린이들에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이 시설을 도입했지만, 1년 예약이 꽉 차버리는 미국과 달리 국내 관심은 너무 떨어진다"면서 "라이센스 비용은커녕 감가상각비 충당마저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운영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은 그러나 칭찬 일색이다.
양주 회천초교 한송이(12ㆍ5학년)양은 "실험이 조금 어려웠지만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흥미진진했다"면서 "이소연 언니 같은 우주인이 돼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조영재(13ㆍ6학년)군도 "챌린저러닝센터에서 우주여행을 경험해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이후 우주선을 설계, 제작하는 게 꿈이 됐다"고 밝혔다.
천문대 관계자는 "쌓여가는 적자를 버티기 어려워 최근 과학기술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주식회사라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면서 "기술입국을 표방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과학 교육기관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소연했다.
송암천문대 측은 올들어 과학고나 영재고 등 학생들을 초청해 이 프로그램을 체험키는 등 홍보와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달 3억원의 적자는 쉬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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