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글쓰기 교본' 같은 책들은 일치단결해서 주장한다. 읽은 만큼 쓸 수 있다! 남의 글을 공부하고 사유하고 깊이 느낀 만큼, 자기가 쓰는 글도 좋아진다. 이 그럴듯한 논리는 진리에 가까웠다. 아무나 공적인 글을 쓸 수 없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편지나 일기나 쓸 수 있었을 뿐, 공적인 지면에는 뭔가를 쓸 수 없었다. 공적인 글쓰기가 가능한 신분이 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이 거대한 벽을, 인터넷이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인터넷은, 공부가 짧거나 독서력이 부족한 사람도, 맞춤법을 못 맞춰도, 작가나 기자가 아니어도, 유명하지 않아도, 한 마디로 아무나,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어줄 것을 바라는 공적인 글을 얼마든지 써서 내걸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을 주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글쓰기의 완벽한 자유와 평등이 실현된 인류사 최고의 사건이었다. 인류사 거의 전체 동안 배운것들의 전유물이었던 글쓰기가 대중의 것이 된 거다.
그러나 빛이 있으니 어둠도 있었다. 글쓰기의 자유와 평등을 작두처럼 휘둘러, 다른 이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족속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글쓰기의 자유와 평등에만 몰두하고, 읽기(독서)를 쓰레기 취급해온 지난 10년의 처절한 복수인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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