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가 "테러리스트들과 어울린다"고 한 세라 페일린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공격 발언 이후 미국 대선전이 비방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4일 문제 벌언이 공개된 후"금융위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절박함에서 나온 거짓말"이라고 '점잖게' 대응했던 오바마 캠프는 진위와 관계없이 파문이 확산되자'이에는 이'을 외치고 있다. 페일린 후보는 4일 콜로라도 유세에서 "우리의 상대는 조국을 목표물로 삼는 테러리스트와 어울리고 있다"며 오바마의 진보적 이념을 테러와 결부시켰다. 그가 언급한 테러리스트는 1960년대 베트남전에 반대해 미국 내에서 수차례 테러를 감행했던 빌 에어스(63) 현 일리노이대 교육학 교수이다.
람 에마누엘 하원의원(민주)은 "(에어스가 테러를 저질렀을 때) 8살이었던 오바마가 에어스의 행동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매케인은 (1980년대 대형 로비사건으로 수감된) 찰스 키팅과 연관성이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매케인은 변호사이자 은행가였던 키팅이 80년대 은행 대출 스캔들로 구속됐을 때 상원의원 5명으로 구성된 '키팅 파이브'의 일원이었다.
오바마 후보도 5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매케인이 실체가 아닌 비방으로 호도하려는 도박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 나라를 끌어올리는 대신 유세를 찢어놓고 있다"고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하지만 페일린 후보는 민주당과 언론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테러리스트'발언을 이어갔다. 페일린은 캘리포니아 롱비치 연설에서 "(오바마의) 인간관계는 알려졌으나 논의되지는 않았다"며 "그 자의 거실에서 오바마가 정치경력을 시작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수위를 높였다.
페일린은 자신의 비난이 "실체가 없다"고 한 AP통신의 보도에 대해 "AP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4일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와 에어스의 관계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오바마가 에어스에게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CNN등 대부분의 언론들도 페일린의 발언은 "인종적 의미가 가미된, 매케인이 후회할 일"이라는 비판하고 있다.
에어스는 40여년전 극좌파 학생운동조직인 '웨더맨(Weatherman)'을 결성, 반전을 명분으로 국방부 청사와 의사당을 비롯해 수차례 국내에서 테러공격을 감행한 반체제 좌익 지도자로 이름을 떨쳤다. 연방수사국(FBI)은 그에게 '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씌웠다. 시카고의 한 동네에 살았던 둘은 오바마가 95년 처음 공직에 출마했을 때 에어스가 자신의 집에서 '후보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사적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 캠프의 벤 라볼트 대변인은 "2005년 오바마가 상원의원이 된 뒤에는 둘이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지 않았다"며 "1년 전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게 마지막"이라고 둘의 '교우'를 부인했다. 오바마 후보도 "에어스가 40년 전 경멸적인 행동을 했을 때 나는 8살이었다"는 말로 이념적 교류가 없었음을 강조해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