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이 심상찮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취업시장에도 불똥이 번질 조짐이다.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들이 잇따라 신규 채용 계획을 연기하는가 하면, 금융권은 이미 구조조정의 삭풍이 시작됐다. 중소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 내년에는 그나마 좁았던 취업문이 아예 닫혀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당초 올 하반기 419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던 한국전력이 아직껏 채용 규모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늦어도 11월엔 채용공고를 내야 하지만, 상반기 영업적자(1조1,200억원)를 기록한데다 공기업 선진화방안도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해마다 40~12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던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의 발전 자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10월 202명의 신규 인력을 뽑았던 한국수력원자력도 아직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50명, 하반기 6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올 상반기 아예 신입사원을 뽑지 못했고, 하반기에도 아직 계획이 없다. 한국석탄공사의 경우 올 상반기에 정원(2,391명)의 10%가 넘는 264명을 감축한 터라 신규 채용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전 부처와 305개 공공기관 등에 '예산 10% 절감' 지침을 내려보낸 것도 공기업의 신규 채용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지식경제위)은 이날 국감에서 "공공기관의 획일적인 예산 10% 절감 폐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실적도 괜찮고 부족 인력도 많은 상태지만, 연초부터 예산 10% 절감 지침이 내려온 데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안 좋아 신규 채용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가 밀집한 서울 여의도에는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몰아칠 기세다. 지난해 11월 장외파생상품 인가가 난 뒤 인력을 10% 정도 늘렸던 한화증권은 조만간 다시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한화증권 고위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아 파생상품 쪽 인력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증권사도 쉬쉬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최근 합병을 결의한 하나IB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최근 "본사 조직의 슬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 100명을 뽑았던 유진투자증권은 매각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신규 채용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15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아직 미정이다.
중소기업들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취업포털 커리어가 종업원수 1,000명 미만 중견ㆍ중소기업 734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66.2%(486개사)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채용 계획이 없다'(21.5%),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12.3%)는 기업도 248개사나 됐다. 채용 규모에 대해서도 51.2%(249개사)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힌 반면, '채용인원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30.2%(147개사)나 됐다. '인원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16.3%(79개사)에 불과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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