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고 정부가 공식 진단했다.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을 향해서는 "해외 자산을 조기 매각하라"고 강력 종용했다. 정부가 지금을 사실상의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물경제로 위기가 전이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이어 "유가가 오르고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에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운용계획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재정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실물경제로 전파되면서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4.7%)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된 만큼 내년 예산안을 다시 짤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은행장들과 만나 "외환당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는 없어야 하며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 조기 매각, 대기업 외화예금 국내 유치 등에 은행장들이 발벗고 나서달라"고 은행들의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벌칙 금리를 부과하는 등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또 다시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며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하루 동안 45.5원 폭등하며 1,269.0원에 마감했다. 6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0.90포인트 급락한 1,358.75로 마감됐다. 1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채권시장에서 역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가 0.03%포인트 급등하면서 연 5.91%에 마감, 7년5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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