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금융시장에 달러 유동성 공급지원에 나서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악용하는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해줄 테니, 은행들도 기업 유동성 지원과 외화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정부가 이처럼 '은행 단속'부터 나선 것은 최근 기업에 대해 신규 외화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도 꺼리고 있는 은행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에 달러를 공급하게 되면, 은행들이 이를 기업에 대출해주지 않고 창고에만 쌓아두는 도덕적 해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사단에 차단하고 기업에 충분한 유동성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강 장관이 은행의 자구노력을 강하게 요구한 것은 최근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언급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정부가 다시 국고를 통한 시장개입에 나서지만, 이번에는 민간부문의 자구노력을 이끌어내 외환보유고의 큰 손실은 막겠다는 일종의 제스처로 읽힌다.
이날 참석한 시중은행장들은 일단 정부 주문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앞으로도 수출 대기업들의 외화예금을 우리은행이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기업들의 외화 예금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BII은행 지분을 매각해 2억8,000만달러를 확보한 국민은행처럼 이미 스스로 자산매각을 통한 달러확보에 나선 은행도 있다.
그러나 정부 뜻대로 시중은행의 자구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자산을 매각하기에 적합한 때가 아니다"며 "국제 부동산이나 증시가 극도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매수자가 선뜻 나서기도 힘들 뿐더러 무리하게 매각할 경우 미래가치가 우수한 자산을 헐값으로 팔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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