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1조5,000억원의 자금줄을 쥔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발을 뺀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일 대우조선 인수 참여여부를 최종 결정짓기로 한 대체투자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지 않으면서, 사실상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인수전 후보 중 하나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국발 신용위기가 심화되고, 달러 유동성 문제로 외환시장이 흔들리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자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국민연금의 투자계획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인수후보 기업들은 일제히 "인수전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포스코는 "자금이 부족해 국민연금과 접촉했던 것이 아닌데다 국내 최고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싼 이자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GS그룹도 "외국자본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 국내 재무적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 자금조달 걱정은 없다"는 입장이고, 한화그룹도 "그룹 계열사 지분과 보유 부동산 매각 등 자체 자금조달 계획만 최대 9조원에 달해 국민연금의 투자계획 철회 영향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예비입찰 참여 전부터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이나 수익률 보장을 요구할 경우 컨소시엄 참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우리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인수 후보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당초 기대했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기업들이 없어 투자를 철회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인수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데 확정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공공자금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만큼 간접 영향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국가 기간산업체인 대우조선을 공공자금과 함께 인수할 경우 '기업의 이익을 국민과 함께 나눈다'는 우호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 또 인수전의 큰손으로 꼽히던 국민연금이 발을 뺀 만큼 매각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컨소시엄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모 은행의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를 포기는 그만큼 자금 시장이 어렵고 향후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라며 "금융시장이 경색된 만큼 인수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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