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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남북 이제 서로 손을 내밀때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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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판문점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방북과 겹쳐 이뤄져 적지 않은 기대를 모았지만 입씨름만 벌이다 1시간30분 만에 끝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8개월 만에 열린 첫 당국간 회담치고는 허망한 결말이다. 이럴 거였다면 정권 출범 초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의 북핵 선제 타격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당국간 접촉을 일절 거부해왔던 북측이 먼저 군사실무회담을 갖자고 한 의도도 아리송해진다.

그러나 이날 회담을 찬찬히 분석해 보면 북측 나름으로는 꽤 심각했던 것 같다. 북측은 남측에서 날려보내는 삐라(전단)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삐라가 계속 날아오면 개성공단사업과 개성관광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개성과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인원의 체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삐라 문제에 심각한 북한

문제의 삐라는 탈북자 단체 등 반북 단체들이 열기구 풍선을 통해 북측에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다. 과거 북측의 형편이 괜찮았을 때는 대남 관련 부서가 남한 대통령 비난과 자신들의 체제 선전을 담은 삐라를 대량 남측에 살포했는데, 이제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북측이 최근의 삐라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험악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삐라가 북한 지역에 무차별 살포되는 것은 심각한 체제 문제다. 김 위원장의 안위를 절대시하는 북측으로선 그 같은 삐라의 대량 살포는 별로 현실성이 없는 '핵 시설 선제 타격'보다 현실적으로 피해가 매우 큰 '삐라 공습'이다.

북측이 군사실무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상호비방 등 선전활동 금지 합의가 이 채널을 통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합의는 군 당국이나 정부 차원의 선전활동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민간단체 활동까지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남측이 이번 회담에서 민간 단체의 전단살포 행위를 개성공단 사업 등과 연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한 근거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앞의 분석이 맞다면 삐라 대량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등에 '좋지 않은 후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이 이 문제를 한번 해보는 소리로 치부하고 무시한다면 경솔한 판단이다.

북측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대북 강경발언으로 일관한 것에 대한 반발이겠지만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대결 자세를 고수한 대가가 삐라 대량살포 등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의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관광 중단을 택한 대가로 '피 같은 달러'를 얼마나 손해보고 있는가. 앞으로 삐라를 이유로 개성공단 사업에 제한을 가한다면 그 역시 막대한 손실로 돌아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책 없이 대북 강경발언이나 늘어놓고, 김 위원장이 서명했다고 해서 북측이 금과옥조시 하는 '6ㆍ15' 와 '10ㆍ4' 선언을 똥 친 막대 보듯이 한 결과가 오늘의 남북경색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 속에 훌륭한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남북경협은 가물가물 멀어지고 있다. 남ㆍ북ㆍ러 3각 경제협력을 통한 동시베리아 및 연해주 개발이 이 대통령의 비장의 국가번영 비전이라지만 이대로 가면 허망한 꿈이다.

남북 기 싸움은 이제 그만

이제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 싸움은 그만하면 됐다. 피차 자존심은 선반에 올려놓고 대신 그 자리에 있던 실용을 꺼내 들어야 한다. 북핵 검증체계 구축 논란과 북측의 재처리시설 재가동 예고로 인한 위기 고조가 변수긴 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설득하고 북측에도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대통령의 말이라면 부시 대통령도 한번 더 생각할 것이다. 이 대통령, 김 위원장, 부시 대통령 3자 모두가 이익을 얻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ㆍ한반도평화연구소소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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