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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만리장성과 책들' 보르헤스 독서편력 좇다보면 '불멸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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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만리장성과 책들' 보르헤스 독서편력 좇다보면 '불멸의 향기'가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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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ㆍ정경원 옮김/열린책들 발행ㆍ372쪽ㆍ1만5,000원

분서갱유와 만리장성 축조. 진시황이 역사에 남긴 생채기와 대 역사(役事)다. 라틴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자신의 활력 넘치는 사유가 절정에 달했던 1952년 내놓은 에세이집 <만리장성과 책들> 은 제목처럼 권력과 지식인의 갈등, 과거와 현재의 관계, 언어의 효용성의 문제를 깊이있게 통찰한 보르헤스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보르헤스는 선천적인 약시 때문에 50대 후반 거의 시력을 잃었지만 국립도서관장을 지냈고 실명 후에도 젊은 서점 직원을 도우미 삼아 책을 읽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거기서 엿볼 수 있듯 독서는 보르헤스의 존재양식 그 자체였다. <만리장성의 책들> 은 바로 '책 읽기'에 관한 에세이다.

독자들은 파스칼, 버클리, 스피노자 같은 고대와 중세 철학자로부터 너대니얼 호손, 오스카 와일드, 프란츠 카프카, 조지 버나드 쇼에 이르는 보르헤스의 경계무변한 독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35편의 에세이를 한 곳에 모았는데,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하나같이 보르헤스의 번쩍이는 통찰력과 빛나는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불멸'과 '영원한 시간성'의 개념은 이 책에 실린 에세이 전편을 관류하는 키워드이다. 꿈에서 본 궁전을 실제로 축조한 13세기 쿠빌라이 칸의 왕궁축조 프로젝트, 그리고 그가 세운 궁전을 묘사한 글을 읽고 잠든 뒤 문학사에 빛나는 장편시 '쿠빌라이 칸'의 싯구를 얻어낸 18세기 영국 시인 콜리지의 에피소드를 연결한 '쿨리지의 꿈' 같은 글이 대표적이다.

보르헤스는 이 글에서 "서로 다른 대륙과 수 세기의 간극을 관통하여 일어난 이 대칭적 사건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공중부양을 하고, 죽었던 사람들이 ?틴爭ぐ? 경건한 책들이 출현하는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별 것 아닌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쓰고 있다.

책을 번역한 정경원 한국외대 교수는 "보르헤스의 문학은 단순히 언어의 토산품이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소위 세상사람들의 삶의 기본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글"이라고 평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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