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소식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스타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모방자살 현상까지 우려된다. 무엇이 그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는가.
최진실의 죽음은 탤런트 안재환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준 지 채 한 달이 안 돼서 일어났다. 두 스타의 자살에 앞서 지난해 초에도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이 연이어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었다. 유니는 2007년 1월 21일 인천시 서구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외할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스물여섯이던 유니는 섹시미를 강조했던 2집 앨범 발표 이후 성형 논란에 휩싸였고, 이에 따른 인터넷 악플로 심적인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10일에는 귀여운 이미지로 사랑받던 배우 정다빈이 서울 삼성동 친구 집 목욕탕에서 목을 매 숨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평소 활달한 이미지로 드라마에서도 주로 사랑스러운 역을 맡아왔던 정다빈 또한 정신적 압박을 못 이겨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특별한 자살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을 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시신을 부검하기도 했지만 끝내 자살로 결론이 내려졌다.
앞서 2005년 2월 22일에는 영화배우 이은주가 경기 분당의 자택에서 역시 목을 매 숨졌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은주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자살과 우울증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당시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이은주의 자살 원인은 연기 부담, 경제적 압박 등으로 추정됐다. 이밖에도 1995년 11월 그룹 듀스의 멤버인 김성재가 호텔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자살 추정)했고, 1996년 1월에는 가수 김광석과 서지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버텨온 최진실의 경우처럼 자살을 택한 연예인들은 대체로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연예인들은 비교적 폐쇄적인 사회관계에 묶여있고 일반인들처럼 개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적어 쉽게 우울증에 빠지고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터넷의 악성 댓글로 각종 의혹과 루머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도 많아 우울증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
영화평론가이기도 한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의 진폭이 넓은 사람들이어서 일반인보다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며 "마치 사막에서 잘 버티던 낙타가 마지막 한 짐에 쓰러지듯, 오랫동안 각종 스트레스와 정신적 상처로 고통을 받아온 최진실은 최근의 루머로 한계점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가까운 사람의 자살을 경험하면 죽음이 낯설지 않고 현실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마도 최씨가 안재환의 죽음을 보며 그같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성길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유명인일수록 마음 속의 갈등을 털어놓기 힘들어 안 그런 척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쌓여 어느 순간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최근 최진실이 사채업자처럼 오해받았던 사실을 거론하며 "아마도 경증 외상후 증후군에 노출돼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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