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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과 무기징역 사이 형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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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과 무기징역 사이 형벌 필요하다"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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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어부 연쇄살인' 사건 항소심을 맡고 있는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이한주)는 지난달 17일 재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어부 오모(70)씨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 대체 형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사형제에 대해선 그간 수 차례의 헌법소원이 있어 왔지만, 법원이 직접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과거에 내린 합헌 결정이 뒤집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고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지난달 26일 헌재에 접수됐다. 법원에 의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될 경우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재판의 진행은 중단된다. 이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이 계속 구속돼 있어야 하는 만큼 헌재는 위헌여부 결정에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사형제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1996년 11월. 살인ㆍ특수강간 혐의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정모씨가 95년 헌법소원을 내자 헌재는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이라며 "형벌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어 우리 사회현실에 미뤄 당장 무효화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현행 헌법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7대 2의 의견이었다.

이에 앞서 89년 4월 강도살인죄로 기소된 사형수 서모씨에 의해 첫번째 헌법소원이 청구됐으나 93년 11월 "헌소 제기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각하됐고, 90년 5월 사형수 손모씨가 낸 헌법소원은 같은 해 12월 사형이 집행돼 별도의 판단 없이 심판절차가 종료됐다.

광주고법은 위헌심판을 제청하면서 96년 헌재의 합헌 결정에 대해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형제가) 위헌이 아니라면서도 '단계적 사형폐지론'의 입장을 취했다"고 해석했다.

즉, 그 당시와 지금은 사회ㆍ문화적으로 사형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헌재의 새로운 판단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는 범죄와 형벌의 균형이 상실될 만큼 커다란 간극이 있어 대체형벌에 대한 고려 없이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징역형(종신형)'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헌재 심리 과정에서 사형제 폐지 논쟁이 다시 한번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이후 10년간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 앰네스티 기준에 따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2001년과 2004년 사형제폐지법안이 정치권에 의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으나 본회의 통과에 실패했고, 이번 18대 국회에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지난달 다시 사형폐지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58명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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