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노벨문학상의 계절이다. 9일 오후 8시(한국시간)로 예정된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올해도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선정위원회의 비밀주의 원칙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기 일쑤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깜짝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하고, 제임스 조이스나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문학사의 거장들이 결국 누락되기도 한다.
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예측은 지역ㆍ언어ㆍ인종ㆍ장르 등 문학 외적인 요소와, 스웨덴을 비롯한 각국 언론의 예상 등을 근거로 하는 조심스러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101번째를 맞는 2008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점쳐본다.
■ 유럽이냐 미국이냐
'유럽 작가냐 미국 작가냐' 논쟁은 최근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16명 중 한 사람인 호레이스 엥달의 '미국 작가 불가론' 발언으로 가열되고 있다. AP통신은 1일 엥달이 "세계 문학의 중심이 유럽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미국 작가들은 문화 트렌드에 너무 민감하다.
너무 고립적이고 편협하며 문학계의 거대담론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특정 작가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심사위원회가 유럽 작가를 유력 수상 후보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최근 20년 동안 11명의 유럽 작가가 상을 받았다는 점, 파리와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출판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유럽 쪽의 수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반면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11명 배출했지만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로 수상자를 내지 못한 미국 작가 중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반론도 강력하다.
유럽 작가 중에서는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어권 작가의 수상은 1985년 클로드 시몽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기 때문.
스웨덴 문단과 언론에서도 르 클레지오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조서> <사막>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르 클레지오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한 '지한파' 작가다. 사막> 조서>
소설가로는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와 함께 알바니아의 이스마엘 카다레, 네덜란드의 세스 노테봄, 체코의 밀란 쿤데라 등이 올해도 변함없이 수상 후보로 꼽힌다.
1996년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이후 시인이 수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아도니스, 덴마크의 잉거 크리스텐센, 스웨덴의 토마스 트란스트뢰머 등도 물망에 오른다.
미국 작가 중에서는 유대계 작가인 필립 로스의 수상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비평가들이 상당수다. 조이스 캐롤 오츠, 토머스 핀천, 존 업다이크, 노먼 메일러, 존 바스, 톰 울프, 앨리스 워커, 폴 오스터 등도 계속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제3세계 수상 가능성은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작가들 가운데서는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이름이 빈번히 오르내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제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을 차례가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터키의 오르한 파묵 등 최근 수상자들의 나이가 완숙기에 접어든 시점에 상을 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59세인 하루키도 충분히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작가 중에서는 소설가 한 샤오공, 모옌, 쑤퉁 등이 꼽힌다. 프랑스어가 능통하다는 점에서 의외로 베트남 소설가 바오닝을 지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난해 최종 후보군에 포함댔던 고은 시인은 올해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겐스 니헤터'의 마리아 쇼테니우스는 르 클레지오와 함께, 고은 시인과 독일 작가 헤르타 뮐러를 유력한 수상 후보로 예상했다.
영국의 대형 온라인 베팅업체 래드브록스의 베팅 결과도 참고할 만하다. 이 사이트는 오르한 파묵 등 3차례에 걸쳐 수상자를 정확히 맞췄다.
올해 래드브록스는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를 배당확률 4대 1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치고 있고, 이어 아도니스(5대1)와 아모스 오즈, 조이스 캐롤 오츠, 필립 로스(6대1)를 꼽고 있다. 고은 시인은 배당확률 34대 1로 지난해(10대 1)보다 다소 낮아졌다.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교류홍보팀장은 "수상자 나이가 젊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터키의 파묵을 아시아 작가로 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중국 등 아시아의 젊은 작가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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