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법안이 압도적 표차로 1일 저녁(현지시간) 미 상원을 통과했지만, 금융시장은 아직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이미 한 차례 부결을 경험한 만큼 3일로 예정된 하원의 투표가 끝나봐야 한다는 경계론과 함께, 이 법안이 과연 금융위기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이날 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 선물, 나스닥지수 선물, 스탠더드&푸어스500지수 선물 등 주요 선물 지수는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상승세를 보이다 막상 법안이 통과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DA데이비슨의 수석 전략가인 프레데릭 딕슨은 블룸버그 통신에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 여전히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도 비슷했다. 2일 대만 가권지수는 1.05%, 일본 닛케이지수는 1.9% 하락 마감했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1.39%, 2.01% 내렸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이 하원 통과여부와 실제로 금융시장에 적용되는 과정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옮겨가면서 경계감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 구제금융 법안의 통과 여부보다 요동치고 있는 환율과 다음주부터 발표될 개별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3분기 기업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주요 기업들의 '어닝 쇼크(예상보다 큰 폭의 실적 둔화)'가 일어나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도 구제금융 법안의 상원 통과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6.50원 폭등한 1,223.50원으로 마감, 2003년 4월25일 1,237.80원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보(Libor, 런던은행간 금리)가 전날 한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외환보유액이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외환당국이 투입할 수 있는 '실탄'이 줄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급격히 경색된 국내 단기 외화자금 시장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구제금융 법안이 하원에서도 통과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이 조금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 실장은 "물론 지금이 불안과 위기의 정점이 될 것이냐 아니냐는 장기적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단기간 극단적으로 치솟은 긴장감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시장이 구제금융의 효과를 지켜보는 시간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서 은행 간 금리가 떨어지면 국내의 달러 난도 조금은 해소돼 환율도 내려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이번에도 하원에서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첫 번째 부결 때보다 훨씬 더 큰 충격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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