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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는 어디 가고 쇼만 있는 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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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는 어디 가고 쇼만 있는 축제들

입력
2008.10.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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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밤하늘은 1시간여 동안 불꽃이 수를 놓았다. 4만 발의 불꽃을 쏘아댄 행사의 명칭은 서울 세계불꽃축제였지만, 참가국은 한국과 홍콩 2개국이었다. 이날 오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2008 아시아송 페스티벌'이 5시간 동안 펼쳐졌다. 서울시와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이 아시아음악산업 소통의 장으로 마련한 잔치였다.

그러나 이것도 말이 아시아였지 실제로는 국내 아이돌 스타들의 무대였고, 관중은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10대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간 동숭동 대학로에서는 'SUAF 대학로문화축제'가 열렸다. 길을 막고 코스프레 힙합댄스, 거리공연과 행진을 벌였다. 청계천에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 축하공연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서울시 전역이 '잔치'로 들썩인 하루였다.

서울만이 아니었다. 이 날 밤 전북대 대운동장에서는 2008 MBC대학가요제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심사위원장인 가수 이정선이 지적했듯 내용이나 형식에서 아마추어리즘은 찾아볼 수 없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것도 심야까지 이어진 '대형 버라이어티 쇼'였다. 부산에서도 국제영화제로 이날 밤늦께까지 거리가 떠들썩했다.

어느 행사든 주최측은 참가인원과 현장 분위기를 강조하며 생산적인 축제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100만 명이 구경 나온 불꽃축제는 시민 모두가 참여해 즐기는 '희망'을 심어준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관람자들이 쓴 돈과 광고효과를 감안하면 생산 유발효과가 500억원이라는 이상한 계산도 내놓았다.

가수 몇 명이 고액의 사례비를 받고 잠깐 공연한 게 얼마나 아시아음악산업의 소통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기성 가수들 따라 하기와 TV를 위한 쇼로 전락한 지 오래인 대학가요제에서 한국가요의 실험과 창조의 새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갈수록 축제가 자기 과시적이고, 낭비적이며, 화려함만을 추구하고 있다. 문화는 없고 쇼만 있다. 새 정부의 '국민이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문화', '경쟁력 있는 문화'란 결코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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