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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화없는 10·4선언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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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화없는 10·4선언 1주년

입력
2008.10.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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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을 맞는 10ㆍ4선언이 '불능화'되고 있다. 남북 정상이 1년 전에 합의한 역사적 문서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을 방문한 감동은 사라지고 축하의 환호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있고, 불신시대로 회귀하는 듯하다.

북의 '항복' 기다리는 건 잘못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경제적 부담, 국민적 합의 등을 고려해 10ㆍ4선언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한다. 임기 8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변함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10ㆍ4선언을 부정하는 정권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 결과는 군사실무회담을 제외한 당국 간 대화 없이 경직된 남북관계 8개월일 뿐이다. 10ㆍ4선언이 볼모가 되어 갈등의 씨앗이 되었고,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탓도 크다. 퇴임 4개월 전에 한 선언이 다음 정부에서도 착착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 것은 순진한 발상이었다. 정상회담이 확정됐던 당시에도 걱정은 있었다. 보수정권 등장이 예상됐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임기 중반쯤에 개최했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이 맞다. 그러나 10ㆍ4선언은 나왔고, 그 내용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국제사회의 인정 속에 유엔의 지지결의안까지 받았다.

혹자는 차라리 이 상황이 낫다고 한다. 갑을 관계를 제대로 바꾸고, 버릇을 고치려면 압박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식량도 지금 주어서는 안되고, 북한이 손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금강산관광 중단도 북한이 버선발로 뛰어나올 때까지 지속시키자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도 감수한 북한이다. 그럴수록 북미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북중관계 심화에 기를 쓰고 달려들 것이다.

금강산사건이 터진지 석 달이 다 돼가도 당국간 대화는 오리무중이다.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금강산에 상설면회소만 건설한 채 거미줄만 생기고 있다. 한 해 수천 명씩 사망하는 이산 1세대의 고통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남북당국의 비인도적 행태는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10ㆍ4선언 이행비용 14조원을 강조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퍼주기 논리만 있을 뿐, 한반도 평화비용이자 향후 통일과정에서 민족의 인프라가 된다는 것은 말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방러 최대 성과인 북한 경유 시베리아 가스 도입사업도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반쪽 합의에 불과하다. 북한의 동의 없이는 북한을 경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간 대화를 통해 10ㆍ4선언의 이행 방안과 현안을 진지하게 풀어가야 한다.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은 당국간 대화의 시작부터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라는 미명 아래 북한 당국이 손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생은 아니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자극적 대북 발언이 공영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포용ㆍ실용 담은 새 대북정책을

10ㆍ4선언이 남북관계의 청사진이든 극복 대상이든 당국간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8개월, 새 정부라는 딱지는 떼어졌다. 이제 한반도 관리라는 차원에서 진정한 상생의 대북정책의 목표와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의 국회개원 연설 정신을 살려 포용과 실용을 함께 담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기대한다. 대화 없이 남북관계 발전은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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