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탄생하고 꼭 1968년 째가 되던 해, 12월 24일,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예쁘고 귀여운 딸 하나를 보내주셨다. 이름하여 ‘최진실’. 하늘은 그녀를 너무 사랑하셨다.
그리하여 부모의 사랑을 넉넉하게 누리지도 못하게 했고 외로움과 고통을 미리부터 주셨다. 스스로 사랑과 인내, 극복을 배워 세상에 나서게 하기 위함이셨으리라.
그녀는 하늘의 바람을 어기지 않았다. 참고, 배웠으며, 이겨내고, 비틀거리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재능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막아도 밖으로 튀어나올 때,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오르게 하셨다. 그리고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게 하셨다. TV로, 스크린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아 세상 사람이 널리 볼 수 있게 하셨다.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보려고 TV 앞으로, 스크린 앞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엄마 젖꼭지에서 막 떨어진 어린 아이부터 10대, 20대...70대, 80대 노인들까지 그녀를 보며 사랑과 연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와 그녀가 펼쳐주는 영화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우며 ‘진실이, 진실이’를 외쳤다. 그녀의 외모에서 ‘순수’를, 그녀의 이름에서 ‘진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가 울며 웃으며 달음박질치던 20년, 사람들은 더할 수 없이 행복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갔다.
갓 20살에 데뷔해 홀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마침내 40세에 훌훌 떠난 ‘우리의 진실- 최진실’. 우리에게 오직 꿈과 행복만을 선사하던 그녀가 왜 우리 곁을 떠났을까? 왜 우리는 그토록 모질게 그녀를 몰아쳐 결국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을까? 밤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별은 아름답다.
때로는 지혜처럼, 때로는 영원처럼 빛나며,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안식과 자유를 준다. 그러나 별이 그토록 아름답기만 할까? 그 별도 결국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우주의 평범한 일부이지 않을까. 모두가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있는 별과 저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의 진실은 서로 다르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들도 각기 슬프고 고통스런 이야기를 안고 있지 않을까.
‘스타 최진실.’ 이 별을 누가 떨어뜨렸나? 누군가의 질투가, 누군가의 불경함이, 누군가의 무분별이 떨어뜨렸을 것이다. 우리는 ‘최진실 별’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그 억세고 거친 세파를 이겨나가면서도 우리에게 미소를 짓던 모습에 힘이 생기고 기쁨이 생기지 않았던가.
한 밤중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외로움에 지쳐 어느 벽에 기대 ‘꺼이꺼이’ 울고 싶을 때, 그 별은 우리를 밝게 인도하여 주었고 얼어붙은 가슴을 달래 주지 않았던가.
젊은 시절 배우생활을 직접 해본 나로서 ‘스타 최진실의 죽음’에 대한 충격은 남다르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 위험 신호에 수 없이 시달렸고 그 공포에 긴긴 시간을 보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자신의 스타를 만든다. 그리고 미치도록 사랑한다. 더 나아가 그 스타를 오직 자신만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상상하는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으며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한편 대중의 환호에 중독된 스타는 온 세상이 자기 것이 된 듯 행복에 취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밤하늘에 외롭게 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천천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더욱이 반짝이는 그 자리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저 칠흑 같은 암흑 속으로 추락하게 되면 어쩌나... 두려워진다. 세월이 가면 세상이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언제나 반짝일 것 같던 별도 차츰 그 빛을 잃어간다. 섬광처럼 빛나던 광채도, 뜨거웠던 사람의 마음도 차츰 식어져 간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현상이 스타에겐 절망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절망의 터널을 빠져 나오는 것은 오직 스타, 자신의 몫이다.
어차피 인생은 무대이다. 누구나 무대 위에 올라가 있고, 누구나 배우이다. 그 중에 특별한 재능으로 눈에 뜨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 재능있는 자가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더 올라가면 스타가 된다. 높이 뜰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가 있다. 바라보는 눈동자가 더 많아지고 박수소리가 더 커지고 스타는 그것이 즐거워 광채를 더 발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줄어들고 들려오는 박수소리가 잦아든다. 별은 이제 다시 내려와야 한다. 다시 그가 섰던 처음의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밧줄을 내려야 한다. 대낮은 안 된다.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된다. 아무도 못 보는 칠흑 같은 밤이어야 한다. 번쩍거리던 옷을 벗어 버리고 말이다.
이 과정은 눈 깜짝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스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땅으로 내려와 아무도 모르게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다시 만나게 될 때 서로가 영원한 행복을 영유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길고 연극은 짧다. 우리의 인생은 한여름 밤의 짧은 꿈같다고 선배들은 말한다. 우리는 인생이 악몽이 아닌 아름다운 꿈이기를 바란다. 우리의 별 - 최진실... 그녀는 그녀의 인생이 악몽이기를 거부하였다. 그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사는 꿈의 세계를 갖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누군가 그 꿈을 깨려 하였다.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결단했다. 영원한 아름다운 꿈을 찾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최진실> . 별>
나는 그 동안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외로웠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에 머리를 들지 못 할 뿐이다.
사랑과 기쁨을 주고 떠난 <별 최진실> 이여. 별>
우리는 당신의 그 아름다운 미소와 맑은 눈빛을, 저 하늘을 바라보며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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