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의 90분이었다. 하지만 미 대통령 후보간 1차 TV 토론 때처럼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는 결정타는 없었다. 후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결정적 실수도 없었다.
2일 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조지프 바이든(65), 세라 페일린(44) 민주 공화 부통령 후보의 처음이자 마지막 TV 토론은 1984년 이후 24년만에 펼쳐진 남녀 성대결이었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은 폭발적이었고, 양당 관계자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엄청났다.
페일린 후보는 최근 잇단 스캔들과 3차례의 인터뷰 과정에서 제기된 자질론으로 지지도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공화당은 페일린이 토론회를 통해 다시 한번 ‘페일린 효과’의 불을 댕길 수 있을지, 아니면 얄팍한 식견을 안방에 그대로 노출해 완전히 무너져 내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민주당 역시 바이든이 상원의원 6선의 외교 안보통이라고는 하지만, 그간 TV 토론에서 보여준 말실수 등 덜컥수가 재연되지 않을까 내내 마음을 졸였다.
특히 상대가 21살이나 어린 여성이고, 그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기대치기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서로가 이런 파국을 의식했는지, 두 후보는 90분 내내 조심스러웠다. 한방을 먹이기보다는 지지 않는 승부를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90분이었다.
경제문제로 시작한 토론 초반 페일린 후보는 자신만만했다. 바이든 후보가 금융위기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을 페일린 후보가 “대답하지 않았다”고 추궁하자 페일린은 “당신과 사회자의 듣고자 하는 방식대로 대답하지 않겠다. 대신 미국 유권자들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잽을 날렸다.“기성 정치가 아닌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워싱턴에 가겠다”고 외쳤던 전당대회 수락 연설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었다.
둘의 공방은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외교안보 문제로 주제가 옮겨가면서 불이 붙었다. 페일린은 “이라크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지원을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거부했다” “오바마의 (16개월 내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하겠다는) 계획은 백기를 흔드는 것과 같다” “독재자와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등 오바마 후보의 안보관을 통박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존 매케인은 이라크의 시아 수니파 간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전쟁은 완전히 틀렸다”며 “오바마와 나는 이라크 정부에 책임을 넘기는 시간표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자신의 토론상대가 아닌 상대 대선 후보를 겨냥하는 데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페일린은 “의원 표결에서 오바마는 96%가 당파적이었다”며 “그의 (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는 일자리를 없애고 세수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오바마를 공격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매케인 후보를 철저히 조지 W 부시 정부와 함께 묶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대해 “부시의 8년은 경제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보여준다”며 “매케인 후보는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고 공화당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토론에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언급도 여러 차례 나왔다. 페일린 후보는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북한 김정일,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는 모두 위험한 독재자들”이라며 독재정권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김정일’을 3차례나 언급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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