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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前사장 첫 공판…"법정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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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前사장 첫 공판…"법정을 믿는다"

입력
2008.10.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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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을 목적으로 세금환급 소송을 도중에 취하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정 전 사장은 "검찰의 기소는 전방위적인 해임 압박이 가해지던 당시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을 적용한 검찰 주장의 실체가 법정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자유언론 운동으로 투옥됐던 일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말문을 연 정 전 사장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였기에 사임이나 해임을 위한 온갖 정치적 압박에 굴복할 수 없었다"며 미리 준비해 온 A4 용지 5장을 10여분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또 "2004년 초 KBS는 609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할 것이며, 2001년과 2003년에도 이미 수백억원을 추징당했다는 보고를 받아 이때부터 세금소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전담팀을 꾸렸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체 분석과 외부 회계법인 의견을 종합한 결과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국세청의 재부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협의 하에 법원의 조정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통해 종결짓지 않았다면 아직도 소모적인 소송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잇단 소환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소명 없이 불이익을 감수한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상징으로서 KBS 사장의 책임감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정 전 사장은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 온 만큼 적극적으로 당당히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면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인 지금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것이 법정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인 측은 이날 검찰에 공소장의 일부 전제와 사실에 대한 표현이 모호하다며 이를 명확히 해명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재판부는 검찰의 답변을 들은 뒤 30일 다음 재판을 열기로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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