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함, 그 자체였다.
고 최진실의 주검이 발견된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자택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스포츠한국 취재진은 2일 오전 최진실의 지인들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현장을 단독으로 찾았다.
거실 옆에 위치한 최진실의 방은 주인 없는 빈자리가 표가 났다. 낮은 조명으로 채운 방 안은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햇살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하얀 시트로 덮인 침대는 누운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침대 옆 한강이 바라보이는 창 앞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만이 외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최진실은 그 노트북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몸에 생채기를 낸 이들과 만나지 않았어도 될 만남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진실이 목숨을 끊은 침대 너머의 화장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불 꺼진 화장실은 서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최진실의 시신이 떠난 정오께 자택에는 친동생 최진영과 비보를 듣고 달려온 몇몇 친인척들이 넋이 나간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최진영은 고인의 영정을 채울 사진을 골랐다. 최진영은 누나인 최진실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할 사진을 고르고 또 골랐다. 최진영은 누나의 죽음을 믿기 않는 듯 내내 소리 내어 흐느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울음 소리는 집안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다.
최진실의 자택 현관 입구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얼마전 새로 만든 보드 패널이 눈에 띄였다. ‘Welcome to Hawn-Hee, Jun-hee’s Home’. 보드 패널에는 최진실과 아들, 딸 세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애정이 담뿍 담긴 낙서들로 채워져 있었다.
얼마전 배운 영어를 자랑하려는 듯 ‘I Love Mom’이라고 쓴 자녀들의 낙서와 ‘엄마 얼굴(사진)에 낙서했다’며 곱게 쓴 최진실의 자필 메모도 눈에 띄였다. 마치 최진실과 그의 아이들의 행복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오를 넘어설 즈음, 영정 사진을 고른 최진영이 최진실의 방을 나오며 문을 닫았다. 잠잘 때 말고는 한번도 닫지 않는 방문이 ‘쿵’ 소리를 내면서 닫혔다. 그 소리는 세상의 마지막 소리 같았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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