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라.'
세계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국내 일부 기업들이 해외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알짜기업을 해외자본에 헐값에 내주며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아픔을 겪은 국내 기업들이 그 동안 쌓아둔 현금을 이용해 '역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ㆍ합병(M&A)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전선업계에서는 한국기업이 이미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이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의 지분 9.9%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 8월엔 국내 1위업체 LS(옛 LS전선)가 북미 최대 전선업체인 수페리어에식스를 인수했다. 특히 LS는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수페리어에식스 지분 93.92%를 확보, 단숨에 세계3위 전선업체로 도약했다.
지난해 말 세계최대 크루즈선 생산업체인 아커야즈의 지분 39.23%를 인수한 STX그룹은 올 들어 완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단행, 지분을 88.4%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두산그룹도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매물로 기록된 미국의 중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원천기술을 확보한 알짜기업 사냥을 계속하고 있다. 비록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는 발을 뺐지만, 노르웨이 목시(덤프트럭 제조업체), 캐나다 HTC(발전기 원천기술 보유업체) 등의 지분을 인수하며 핵심사업 역량 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반도체 D램과 LCD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업계도 M&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하이닉스는 대만의 간판 반도체업체 프로모스 지분을 인수하며 위상을 강화했고, D램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는 미국의 플래시메모리카드업체 샌디스크 인수에 나서며 업계 판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LG전자도 독일의 태양광에너지 전문회사인 코너지의 태양전지 생산기지를 인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전지 사업 분야에서 신규 투자 위험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가 단순히 몸집 불리기나 시세 차익을 노린 게 아니라, 각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떻게 잘 활용해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해외 경쟁사보다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만큼, 글로벌 M&A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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