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에 살던 열 여섯 살 로히트 아가왈은 3개월 전 재학 중인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여행가방 2개와 책가방 1개만 들고 집을 나왔다. 목적지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기차로 다시 6시간을 더 가야 했다. 아가왈이 도착한 곳은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중소도시 코타였다. '주입식 입시교육'의 본거지로 인도 최고 명문인 인도공과대학(IIT)에 입학하는 관문이다. 아가왈은 고향까지 등지며 코타로 온 이유에 대해 "IIT에 입성한 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매년 전국에서 IIT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 4만 여명이 코타로 몰려들고 있다며 인도의 입시교육 광풍을 소개했다. 일반 고교의 교육과정과는 전혀 다른 코타의 입시학교에선 IIT 입학이 유일한 목표다. IIT에는 매년 31만명이 응시하지만 8,600명만 합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통계적으로 따지면 미국의 하버드대나 영국의 케임브리지대 보다도 합격하기가 힘들다. 주목할 점은 합격생 3명 중 1명이 코타에서 입시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100개가 넘는 입시학교가 코타에서 성업 중인 것도 명문대 진학과 무관치 않다.
학생들의 일과는 한국의 고3 학생이나 '스파르타식' 학원생과 다를 바 없다. 오전7시부터 공부를 시작해 정오까지 반복해서 문제를 푼다. 오후에는 수업을 들으며 해답을 익히고 저녁8시쯤 귀가한다. 숙제를 하다 보면 금새 자정을 넘기 일쑤다. 학생들은 단 한 번의 입학시험을 위해 2년 동안 똑 같은 일과를 반복한다. 아가왈은 "힘들지만 집에 있었다면 빈둥빈둥 있었을 거예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IIT에 진학할 수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코타를 입시교육 도시로 만든 사람은 쿠마르 반살이라는 공학도였다. 근위축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그는 과외 받던 학생 10여명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불러 가르쳐야 했다. 그런데 과외생 중 서너 명이 IIT에 입학하면서 반살의 교육방식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명문대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앞 다퉈 자녀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반살은 1991년 아예 입시학교를 세웠고 현재는 1만7,00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반살이 세운 학교에서는 매일 9시간 동안 입시문제를 푼다. 공부도 입시과목인 수학 물리학 화학만 한다.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엔 실전과 똑 같은 조건으로 모의시험을 치른다. 2년 동안 20번 이상 테스트를 받는 셈이다. 학사일정이 빡빡하고 1년 학비가 1,500달러로 적지 않지만 코타로 몰려드는 행렬은 줄지 않고 있다.
코타를 거치면 IIT에 입성할 수 있고, IIT학생은 세계적 엘리트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학교 건물에 '반살 엘리트가 흔들리면 IIT 엘리트도 흔들린다'는 문구가 있을 정도다. 반살은 자신의 몸값을 2,000만달러 이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살의 입시교육이 득세하면서 코타도 덩달아 번성하기 시작했다. 열 여섯, 열 일곱 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쇼핑몰 식당 호텔 옷가게 등이 속속 들어섰다. 한 자전거 판매상은 "5년 전 200대 팔리던 자전거가 지금은 2,000대 이상 팔리고 있다"며 "도시 전체가 대학 캠퍼스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코타의 교육이 입시에만 매달린 나머지 균형을 잃고 말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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